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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스펀 逆수수께끼'…정책·시장금리 디커플링 확대된다

[확장재정에 무너진 금리 법칙]
美·佛·벨기에 등 대규모 재정지출
국채 수급 부담에 시장금리 역주행
韓도 정책·국고채 금리 격차 최대
국채 발행→시장금리 상승 이어져
중기·자영업자 금융비용 더 늘듯

  • 심우일 기자
  • 2025-11-29 05:05:24
  • 금융가

코로나19로 누적된 재정 확대 압력이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와 경기 둔화, 복지 개혁에 대한 정치적 부담과 겹쳐 전 세계적으로 시장금리와 정책금리가 따로 움직이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낳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국가 차원의 투자 전쟁과 소비 진작을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탓에 기준금리를 내리는데 국채와 대출금리는 거꾸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국도 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만큼 재정·통화·금융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8일 기준 연 3.344%로 연초 대비 0.59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3%에서 2.5%로 0.5%포인트 내렸다. 3년물 국고채와 기준금리의 격차 역시 한때 0.58%포인트로 벌어져 약 2년 1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유럽과 일본의 상황도 비슷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예산 소요 증가에 선진국 일반 정부채무(D2) 비율은 올해 110.2%에서 2030년 118.5%로 증가한다. 나라별로 △미국 18.4%포인트 △벨기에 15.1%포인트 △프랑스 12.8%포인트 △독일 9.2%포인트 등이다.


한국도 10.9%포인트 높아진다. 내년에만 232조 원 규모의 국고채가 발행되고 매년 200억 달러가 대미 투자금으로 나간다.


이렇다 보니 주요국의 국채금리가 정책금리 인하 기조와 반대로 치솟고 있다. 올 들어 3.09%까지 내려갔던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금리는 재정적자 확대와 연금 개혁 후퇴로 현재 3.41%까지 올랐다. 이탈리아(3.4%)보다 높다. 경기 부양에 200조 원,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라피더스에 27조 원을 투입하기로 한 일본은 10년물 국채금리가 1.8%대까지 뛰었다. 중국과 금리가 역전될 정도다.


전문가들은 정책과 시장금리의 디커플링이 통화정책의 여력을 줄이고 경제 운용을 어렵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대학 교수는 “내년에 시장금리가 덜 떨어지거나 되레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逆수수께끼'…정책·시장금리 디커플링 확대된다

지난해 11월 말만 해도 프랑스 국채 10년물은 연 2.8%대 안팎이었다. 하지만 27일(현지 시간)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는 3.41%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6월부터 정책금리인 예금금리를 2%포인트 내렸지만 국채금리는 반대로 간 것이다. 프랑스 국채는 현재 이탈리아보다도 가격이 낮다.


프랑스의 경우 에마뉘엘 마크롱 행정부의 긴축 재정안이 제동이 걸리면서 국고채 금리가 급격히 상승했다. 10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내렸다. 확장재정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이웃나라 벨기에도 마찬가지다. 벨기에에서는 최근 정부의 긴축 예산안에 반발하는 총파업이 벌어졌다. 확장재정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본은 경기 부양과 반도체 같은 첨단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을 추진하고 있다. 200조 원 규모의 경기 부양 카드를 꺼낸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지출 확대에 9월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40엔대를 기록했던 엔화 환율은 156엔대까지 올라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9년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채무(D2) 비율이 100%를 넘어서 1948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우 해당 비율이 2025년 125%에서 2029년 140.1%로 확대되고 프랑스(116.5→127%), 독일(64.4→71.6%) 등도 증가세가 예상됐다. 내년만 해도 글로벌 경기가 약세를 보일 수 있어 재정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올해 3.1%였던 글로벌 성장률이 내년 2.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같은 기간 4.9%에서 4.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그린스펀의 역(逆)수수께끼’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 금리는 오르고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보다 재정 확장에 따른 국고채 수급 이슈가 시장 금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만 해도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내렸지만 장기물인 국채 30년물은 27일(현지 시간)까지 0.725%포인트 급등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전 세계 단위로 보면 확장재정으로 국채 수급이 늘면서 정책·시장 금리 간 격차가 확대되는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며 “재정 적자와 기대 인플레이션에 대한 각국 간 차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 금리가 리프라이싱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시장·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10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간 격차는 한때 0.889%포인트로 2023년 10월 26일(0.892%포인트) 이후 최대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확대→국고채 발행 증가→시장 금리 상승’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서민과 저소득층의 금융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한계 상황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시장 금리 상승으로 한은이 추구하는 것과 시장에서 보는 시각이 괴리가 생겨 확장적 통화정책에 대한 루트가 퇴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당연히 금융 비용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 자금이 더 쏠리면서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0억 달러 상당의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완화를 통해 미 국채 매입 여력을 확대했다. 금융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미국에서 서유럽과 일본으로 갔다가 이들의 재정 상황이 불안하니 다시 미국으로 가는 중”이라며 “내년에 정책금리와 시장 금리의 차이가 있을 나라들과 달리 미국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전했다.


확장재정 딜레마…정책·시장금리 디커플링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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