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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드라마③] ‘라이브’ 라이프… 그리고 Live(칼럼)

  • 최상진 기자
  • 2018-06-30 14:36:35
  • TV·방송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이 짧은 질문에 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오늘도 서로간의 불신을 야기시킨다. 시야를 넓혀 사회의 거대한 흐름을 본다 해도 우리의 미래는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드라마는 판타지다. 작가가 만든 세계 안에서 등장인물들은 웃고 울며 사랑한다. 이를 받아들이면 감동이요, 외면하면 그만이다. 방송이 끝나고 광고가 시작되면 적어도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쯤은 새삼 깨닫는다.

[상반기 드라마③] ‘라이브’ 라이프… 그리고 Live(칼럼)

간혹 의외의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에 풀어내는. 이같은 드라마가 등장하면 시청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들거나 아주 논외로 치부해버리거나.

tvN ‘라이브’가 처음 방송됐을 때만 하더라도 너무 현실적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대학생들의 시위를 진압해야 하는, 갓 경찰이 된 청년들의 혼란은 불편할만 했다. 작가 노희경은 꼭 그렇게 인물에게 최악의 상황을 주고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는 지독한 사람이었다.

이야기는 반전을 맞았다. 쉴 틈 없이 바쁜 지구대의 일상에 노 작가는 희로애락, 삶의 모든 것을 털어넣었다. 새 생명의 탄생, 청년실업, 사회 초년생, 낮은 급여로 인한 생계위기, 억울한 징계, 죽음의 위기, 동료의 죽음, 은퇴까지. 급하지 않게 한명 한명의 삶을 담아내 이를 보는 그 누구라도 작가의 진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

‘사람의 상처를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작가 특유의 메시지는 힘을 받았다. 이혼 위기에 처했던 오양촌(배성우)은 어머니의 존엄사를 계기로 아내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진심을 나눴다. 그리고 그는 억울한 징계 위기에 놓인 염상수(이광수)를 변호하기 위해 울분을 쏟아냈다. 염상수는 한정오(정유미)의 아픈 상처를 말 없이 보듬어줬다. 이들 모두 바쁘고 괴롭지만, 이를 반으로 나눌 사람이 있어 행복했다.

[상반기 드라마③] ‘라이브’ 라이프… 그리고 Live(칼럼)

시청률면에서 큰 성과를 보지는 못했으나 다시 주목받아야 할 작품도 있었다.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다. 대형 쇼핑몰 붕괴현장에서 살아남은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용서와 화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설정상 유쾌한 에피소드를 담아낼 수 없었던 만큼 흐름이 차분하게 이어졌으나, 그들이 닥친 지독한 상황에 비하면 이야기는 밝은 편이었다.


동생을 잃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하문수(원진아), 아버지를 잃고 축구선수의 꿈도 잃은 채 노동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강두(이준호), 아버지가 회사 강요로 쇼핑몰 붕괴에 대한 책임을 덮어쓰고 자살한 과정을 지켜본 서주원(이기우), 그에 대한 사랑으로 뒤늦게나마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려는 정유진(강한나).

이들 모두 서로가 곁에 오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어른들 세대의 문제를 자신들의 손으로 극복하려 한다. 따뜻하기보다 잔잔한, 슬프기보다 담담한 위로는 세상에 홀로 남은 듯 외롭기만 한 이들이 마음을 터놓는 과정을 계단을 밟아 올라가듯 차근차근 그려낸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엮인 은퇴한 사채업자 할머니(나문희), 술집 마담(윤세아), 조금 모자란 동네 형(김강현), 홀로 어른이 되어버린 강두의 동생(김혜준)을 하나로 묶어 ‘식구’를 만들어줌으로써 가족에 대한 의미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결코 세상은 홀로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둔 채 살아갈 수 없다고.

[상반기 드라마③] ‘라이브’ 라이프… 그리고 Live(칼럼)

많은 시청자에게 호불호를 낳기는 했지만, 끝내 ‘인생작’이라는 말을 이끌어냈던 tvN ‘나의 아저씨’역시 이와 궤를 같이 한다.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는 꼬마 숙녀에게 한 줄기 빛을 일깨워주는 세 아저씨들의 이야기는 담담하면서도 참 따스했다.

‘나의 아저씨’에 대한 기사 댓글에 가장 인상적인 문구는 ‘당장 나조차도 하루가 버거운데 다른 누구를 챙길 여유가 있을까’였다. 각박한 현실에 이 판타지보다 더 판타지같은 드라마는 사람이 사람으로 치유되고, 온전한 나를 찾는 과정을 보여줬다.

이지안(이지은)이 지켜야만 했던, 그래서 발목을 잡았던 할머니 봉애(손숙)은 손으로 말한다.“참 좋은 인연이다. 귀한 인연이고. 가함히 보면 모든 인연이 다 신기하고 귀해”, “행복하게 살아야해, 그게 갚는거야”라는 말은 그녀 뿐 아니라 모든 시청자들에게 건네는 조언이었다.

마지막회,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는 박동훈(이선균)의 물음에 “네”라는 대답.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시청한, 헤어나올 수 없이 빠져버린 이들의 대답도 같았으리라 믿는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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