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개봉한 ‘인랑’은 남북한이 통일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후 반통일 테러단체가 등장한 혼돈의 2029년을 배경으로, 늑대로 불리는 인간병기 ‘인랑’의 활약을 그린 작품.
영화 제목인 ‘인랑’은 사람 인(人), 이리 랑(狼)이 섞여 2가지가 부조화된 ‘늑대인간’이라는 뜻이 담겼다. 주인공 ‘임중경’(강동원)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모습과 늑대의 모습, 인간병기로 길러진, 또 그것을 강요하는 한 인물의 갈등하고 내면에서 충돌하는 고뇌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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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 특기대원 임중경으로 분한 강동원은 강도 높은 액션부터 내밀한 감정 연기까지 깊이있게 소화하며 극 전반을 책임졌다. 특기대의 정신적 지주이자 실질적 리더 ‘장진태’ 역을 맡아 중후한 매력을 과시하는 정우성 역시 극의 후반부에 직접 강화복을 입고 거침없고 시원한 액션을 보여주며 ‘인랑’의 액션 명장면을 만들어간다.
25일 삼청동에서 만난 김지운 감독은 ‘만찢남’ 강동원과 ‘정석미남’ 정우성과의 작업이 만족스러웠다고 털어놨다. 배우에게서 새로움을 끄집어내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캐릭터가 배우의 색깔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되는 걸 추구하는 김 감독의 이번 도전은 의미 깊다.
Q. 강동원씨랑은 ‘더 엑스’(2013) 라는 단편을 찍은 적 있지만 장편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왜 임중경 역으로 강동원을 떠올렸나?
“누가 봐도 비현실적인 아우라를 가진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 바로 강동원이다.만화를 실사로 옮겼을 때 제일 이질적이지 않고, 납득이 되는 배우가 아닌다. 관객들을 설득 할 수 있는 배우라 생각했다. ‘인랑’을 기획할 때부터 오로지 그만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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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랑’의 주인공은 강동원일 수 밖에 없었던 캐스팅이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잘 생긴 배우’라는 의미와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면?
“강동원은 잘 생겼다기 보다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움을 지닌 배우다. 잘 생긴 배우 중에서도 ‘비현실적인’ 수식어를 빼면 설명이 안 되는 배우니까.
중요한 ‘인랑’의 메인 이미지와도 가장 부합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페허가 된 곳에서, 큰 달을 뒤로 하고 특기대 강화복을 입은 채 MG42 중기관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제대로 낼 수 있는 배우는 강동원 밖에 없다. 독보적인 매력은 그가 액션을 할 때 수려하고, 되게 아름답다는 점이다. 파워풀하기 보다는, 너무 수려해서 서늘하고 스산한 슬픈 정조가 있는 배우다. 이 주인공의 내면에 사연과 아픔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액션도 그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강화복으로 몸을 가려도, 그 인물이 가진 고립감, 슬픈 정조를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단연 강동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거의 유일무이한 선택이 아닌가.“
Q. 강동원씨는 출연 제안을 받고 바로 OK한 건가?
“제안하자, 한번에 ‘너무 좋죠’ 바로 이야기가 나왔다. 원작 ‘인랑’ 팬이었다고 하더라.”
Q. 대체로 첫 번째로 제안한 배우들과 작업하는 편인가?
“처음 제의했던 배우들에게 거절 당한 적은 없다. 물론 제의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정우성씨 빼고는 다 처음 작업하는 배우들이다. 강동원씨는 단편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장편은 처음이니까. 새로운 배우들과 작업한다는 게 어려운 미션 중의 하나였다. 이 배우들을 불렀을 때 더 새로운 것들을 부여해야 하니까 말이다.
끝까지 어떤 배우를 할까 고민했던 배우론 공안부 차장 역의 김무열씨가 있다. 한상우란 같은 경우, 영화의 ‘초중반’ 서스펜스를 불러일으키면서 한쪽 축을 지키는 것은 물론 대립각을 세워야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기존의 무열씨 연기와는 다르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 ‘쓰릴미’를 보면서 확신하고 제의했다. 공연을 보면서 대단한 가능성이 있는 배우구나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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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감독이 보는 정우성과 강동원의 액션과 비주얼은 어떻게 달랐나?
“두 사람 성향이 정말 다르다. 액션의 관점에서 보면, 정우성은 온 몸에 붙을 붙이는 액션 스타일이라면, 강동원은 서늘하고 차가운 스타일의 액션을 한다.
비주얼 적으로 말하면, 정우성은 고전적이고 정석적인 미남이날까. 강동원은 미지의 다른 우주, 다른 행성에 있는 미남이다. 두 분 다 아름답게 잘 생긴 미남이지만 뭔가 좀 다르게 느껴졌다.
Q. 특기대를 지키려는 훈련소장 장진태 역에 배우 정우성을 캐스팅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정우성이란 배우를 캐스팅 했던 건,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처럼 정면에 나서서 움직이는 게 아닌 설계하고 관장하는 역할을 맡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정우성에게 그렇지 않은 역을 주고 싶었어.
그 배우가 수행했던 건 자기가 다 해야 하고 다 부딪쳐야 하고, 머리 박고 그런 캐릭터였다면, 자기는 움직이지 않고 설계하고 관장하는 역할이야.
정우성이란 배우가 나이를 멋있게 먹고 있더라. 마치 조지 클루니 같은 느낌을 받았다. 미남 배우에서 성격파 배우로 변모해가는 것도 그렇고, 생각이 멋있고, 삶이 멋있는 배우다. 조지 클루니가 외모 뿐 아니라, 삶이 잘 생긴 사람으로 변모해 갔듯, 정우성이 비슷한 길을 가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막후의 권력자로 판도를 쥐고 나갈 수 있는 역할을 정우성 배우에게 끼얹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결과물을 보니 되게 만족스러웠다. 정우성이 가만히 앉아서 뭔가를 조정하고 있다는 새로움을 주고 싶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