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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이는 ‘이리와 안아줘’에서 빛이 되는 존재였다”
배우 진기주는 MBC ‘이리와 안아줘’에서 자신이 연기한 길낙원을 이렇게 표현했다. 가족을 잃고 자신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순간에도 길낙원은 늘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아픔마저 승화시킨 길낙원은 진기주 뿐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힐링을 전했다.
웰메이드라는 호평과 함께 수목극 1위로 종영한 ‘이리와 안아줘’. 3개월 전만 해도 ‘최약체’라는 말과 함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던 작품이었다. 그 중심에는 지상파 첫 주연에 도전한 신인 진기주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시청자들의 걱정만큼이나 본인 역시 많은 두려움이 따랐다. 그랬기에 ‘이리와 안아줘’를 향한 시청자들의 사랑은 더욱 값진 결과로 다가왔다.
“처음에 겁먹고 걱정 많이 했던 것에 비해 드라마가 꽤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안 볼까봐 걱정했다. 그래도 대본이 너무 좋아서,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흘러가서 좋았다. 그런 점에서 드라마를 더 사랑해주실 수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웃음부터 보호본능을 유발하는 애달픈 눈물까지. 극중 길낙원 그 자체였던 진기주의 연기는 캐릭터를 향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사랑을 받고 베풀 줄 알았던 길낙원은 진기주가 닮고 싶은 ‘이상형’이었다.
“낙원이는 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그런 아픔을 겪었지만 주변에 꾸준히 사랑을 주는 친구다. 어린 시절 부모님한테 받은 사랑이 단단해서 그게 초석이 된 것 같다. 사랑을 듬뿍 받은 친구는 뭘 해도 이겨낼 수 있다는 말이 딱 낙원이에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어떤 힘든 상황이 있어도 부정적으로 파고드는 게 아니라 씩씩하게 이겨낸다. 내가 되고 싶어 하는 인간상이어서 더 존경하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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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를 촬영했던 3개월 간 연기를 넘어 길낙원 그 자체로 살아간 듯 했다. 이는 허준호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느껴졌다. 연쇄살인마 윤희재 역으로 시청자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허준호와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던 날, 진기주가 느꼈던 감정에 두려움은 없었다.
“15화 때 허준호 선배님과 처음 만났다. 실제로 길낙원과 윤희재로 만나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니까 윤희재가 우스워 보였다. 12년 동안 윤희재를 원망하는 감정들이 쌓이면서 이제 낙원이는 윤희재의 뺨도 때리고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는 아이로 컸다. 낙원이는 그 자리에서 윤희재가 망치로 자기를 때린다고 해도 겁먹지 않을 것 같았다. 딱 한 가지 겁나는 건 윤희재에게 죽임을 당했을 때 나무가 목격하는 것뿐이었다. 16살 낙원이와 28살 낙원이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
캐릭터에 대한 몰입이 깊어지면서 힘든 순간도 찾아왔다. 길낙원은 마음 한켠에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감정을 오롯이 터뜨린 적이 없다. 늘 참고 버티는 데 익숙한 길낙원을 연기하며 진기주는 한때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드라마가 중후반쯤 됐을 때 답답함을 느꼈다. 11화쯤 촬영했을 때 감독님이 내가 하는 말과 대사에서 슬픔이 뚝뚝 묻어난다고 말씀하셨다. 뭔가 은연중에 쌓이는 게 있었나 보다. 놀이공원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도 즐거운 웃음이 안 나왔다. 근육만 웃고 있지 속에서 웃지를 못했다. 낙원이가 아무리 씩씩하고 잘 이겨내는 성격이라고 해도, 사람이라면 온전히 풀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쌓이는 감정이 있다는 걸 알았다. 한 번은 작가님에게 ‘언젠가 낙원이도 감정을 터뜨릴 수 있겠죠?’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렇게 말을 하고 났더니 속이 조금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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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함께 호흡을 맞춘 장기용이 큰 힘이 됐다. 길낙원이 유일하게 윤나무에게 아픔을 털어놓으며 기댔듯이, 첫 주연 도전을 함께한 장기용은 어렵고 힘든 순간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말을 안 해도 표정을 보면 통하는 게 있었다. 힘이 필요한 타이밍에 알아서 힘을 주고 웃음이 필요할 때는 웃겨줬다. 서로가 많이 편안하게 생각했다. 그 친구도 저도 처음이다 보니까 어렵고 부담스러운 부분이 똑같았다. 마음이 편하니까 잘 통하고, 교감도 잘 됐다.”
누구보다 길낙원을 아끼고 응원했을 진기주. 상처를 극복하고 행복한 앞날을 살아갈 길낙원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에는 애틋함이 묻어났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평범함을 갖게 된 낙원이를 축하해주고 싶다. 그리고 12년 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위로도 해주고 싶다.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힘들 때마다 꺼내 보겠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