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이제이홀릭미디어

그룹 마스크 치빈과 에이스가 모두 팀을 떠난다. 최근 불거진 ‘폭행 논란’이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팀을 탈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당사자들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며 맞서고 있다.

# 사건의 발단, 그리고 치빈의 폭로

마스크 멤버 치빈은 지난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밤에 불 끄고 누우면 그날이 생각나고 아직도 거울을 보면 얼굴에 남아있는 상처 아무 것도 아닌 거라 지난일이라 생각하지 말아요. 그날을 잊을 수가 없죠. 뚝뚝 흐르던 내 피를 보고 비 맞으며 주저앉아 울부짖던 그날을”이라며 멤버 에이스에게 폭행을 당했음을 암시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후 치빈은 지난 3월 레슨을 받기 위해 이동하던 중 우산으로 인해 고성과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폭행이 가해졌던 상황을 설명했다. 치빈은 당시 쓰고 있던 우산을 돌담장에 부순 뒤 부러져있는 우산 꼬챙이의 날카로운 부분으로 머리부터 얼굴을 가격했다며, 말리는 멤버들까지 밀쳐버리고 자신에게 발길질과 주먹질을 했다고 주장했다.

치빈의 폭로는 팬들 뿐 아니라 가요계에도 큰 충격을 줬다. 지금까지 멤버들 간의 불화설이 보도된 경우는 많았으나, 이처럼 폭행 사건으로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 이로 인해 치빈의 게시물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 폭행을 둘러싼 상반된 입장차

결국 폭행의 당사자 에이스도 입을 열었다. 그는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전후 사정과 제 의중을 떠나 결과론적으로 제가 행한 행동에 대한 잘못을 인정합니다”라면서 이미 팀에서 탈퇴했으며, 경찰조사까지 마친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치빈의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믹스테잎을 공개하며 다시 논란을 키웠다. 가사 속에는 ‘내가 저지른 잘못 양심껏 악수 청했고 내가 내민 손 꽉 잡았지 넌 그런데 이제 와서 전부 태울 듯이 너는 불을 지펴’, ‘일방적 폭행인 것처럼. 내가 봐도 쓰레기 가만히만 있으면 넌 더한 소설도 쓰겠지’, ‘몇 백 대 합의금이 왠지 너의 목적인 듯한데’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에이스와 치빈이 입장이 갈리는 것은 구체적인 폭행 당시의 상황과 사과 여부다. 에이스는 “우산을 돌담에 부러뜨려 흉기로 만들었다거나, 당시 저를 말리는 멤버들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점은 절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라며 “또한 5개월간 사과 한번 없이 잠적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했다.

치빈은 에이스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한데 이어, 폭행을 당했던 장소의 주소와 로드뷰까지 공개하며 에이스의 주장이 왜곡됐음을 주장했다. 그는 “저는 결코 팀에서 나가 달라 한 적이 없습니다. 악수를 청한건 저”라면서 “일방적 폭행인 것처럼 이라고 적었지만 폭행 아닌 상해 진단이 나오게 되었고요. 제가 읽은 바로는 본인을 감싸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네요”라고 비난했다.

현재 치빈은 끊임없는 폭로와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치빈은 사건이 발생한 3월부터 지난 5개월 동안 에이스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믹스테잎으로 자신을 조롱한 에이스의 사과문도 겉으로 보여주기 위한 변명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두 사람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왼쪽부터) 마스크 에이스-치빈/사진=마스크, 치빈 인스타그램

# 치빈과 에이스의 마스크 탈퇴, 소속사의 안일한 대처

사건의 구체적인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결국 폭행을 가한 에이스와 피해를 입은 치빈 두 사람 모두 팀을 떠나게 됐다.

30일 마스크 소속사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지난 3월 사건 발생 후 그 어떤 말로도 폭력을 사용한 것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어, 더 이상 팀 활동을 이어갈 수 없기에 현재 마스크 멤버에서 에이스는 제외된 상태”라면서 “치빈은 지난 6월 말 더 이상 마스크 활동이 힘들다고 소속사 측에 밝혔고, 대학 진학 및 연기자로 진로를 변경하고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소속사 측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다른 멤버들과 ‘마스크’라는 이름이 안 좋은 이미지로 피해를 입을까 섣불리 알리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폭행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 부분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치빈은 매체 인터뷰를 통해 3월 당시 회사 측으로부터 두 멤버 모두 나가거나 둘 다 잔류하는 두 가지 선택을 결정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피해자에게 폭행 사건을 덮으라고 종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치빈은 “폭행을 당한 후 회사에서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난 그게 당연한 건줄 알았다. 심지어 ‘이게 대수냐. 누구는 이런 일 안 겪냐’는 말까지 들었다”며 “당시 데뷔한지도 얼마 안됐고 무명이었지만, 이런 일이 알려지게 되면 타격이 있을 거라고 하셔서 나 역시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소속사 대처에 대해 언급했다.

폭행으로 인한 상해진단까지 나왔음에도 소속사 대처는 멤버들 간의 말싸움을 훈계하는 수준에 그쳤다. 오히려 사건을 숨기려는데 급급했다.

결국 이러한 대처는 사건 당사자 두 사람 뿐 아니라, 다른 마스크 멤버들, 마스크 팬 등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마스크’라는 팀 이미지 역시 두 사람의 탈퇴 이후에도 쉽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데뷔 2년 만에 구설에 오른 신인 그룹의 행보가 씁쓸함을 남긴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