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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떠났다’는 여성인 서영희가 주체가 된 드라마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런 드라마와 영화들이 앞으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3년 만의 브라운관에 복귀한 배우 채시라의 존재감은 변함없었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이기보다 서영희라는 캐릭터 자체로 활약했던 채시라. ‘엄마’라는 존재를 이야기하며 많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전한 그의 복귀는 성공적이었다.
‘이별이 떠났다’는 너무나도 다른 두 여자의 동거를 통해 남편의 애인과의 갈등, 결혼과 임신으로 ‘나’를 내려놓게 된 현실을 풀어내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 서영희는 엄마라는 이름에 갇혀 불행한 삶을 살다 정효(조보아)를 만나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게 되는 인물이다. 한 여자의 변화를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의 색깔이 채시라를 이끌었다.
“그동안 마음을 끌어당기는 작품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은 시놉시스부터 흥미로웠다. 서영희라는 인물을 표현하면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의 모성을 떠나서 여자의 이야기라는 점이 의미 있었다. 갇혀있던 한 여자가 홀로서기까지 성장기를 보여준다는 점이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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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BS2 ‘착하지 않은 여자’ 이후 오랜만에 겪은 드라마 촬영 현장은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었다. 특히 더 뜨겁고 깊어진 제작진들의 열정이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했다.
“더 활력이 생기고 밀도가 깊어졌더라. 연출과 스태프, 배우들이 전부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화를 많이 하고, 상황이 허락한다면 가능한 여러 방향으로 많이 찍어보려고 노력했다.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연출이 얘기해주고 내가 먼저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이렇게 다져서 만들어 가는 작업들을 너무 해보고 싶었다.”
‘이별이 떠났다’는 힐링 드라마라는 호평과 함께 종영했지만, 초반까지만 해도 혼전 임신, 외도, 첩 등의 소재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이 많았다. 주말드라마에는 늘 빠지지 않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독이 될 수도 있었지만 채시라는 오히려 현실적인 일들을 그린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고.
“충분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자극적인 소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실에는 더한 일들도 많다.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극적인 상황과 인물을 추가한 건 있지만 원작 소설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작가를 믿고 작품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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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호흡을 맞춘 조보아에 대해 얘기할 때에는 표정에서 그를 향한 애정이 묻어났다. 채시라는 선배로서 후배를 이끌었고, 조보아는 그런 선배를 믿고 따라갔다. 서로 정서적인 교류가 많았던 캐릭터만큼이나 두 사람 사이에서도 많은 교감이 있었다.
“눈을 반짝거리면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를 보고 ‘됐구나’ 싶었다. 나 혼자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조)보아에게 먼저 대사를 맞춰보자고 먼저 얘기했다. 후배 입장에서 먼저 말하는 게 쉽지가 않기 때문에 선배로서 이끌어주고 싶었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되는대로 계속 맞춰봤는데 너무 좋아하더라. 서로에 대한 애정과 교감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신이 나온 것 같다.”
‘이별이 떠났다’가 한참 전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6월, 러시아 월드컵이 시작되면서 결방 사태가 발생했다.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그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그 영향이 시청률로도 이어진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지만, 드라마를 향한 호평을 기억하며 아쉬움을 떨쳐냈다.
“월드컵으로 인한 결방은 아쉬웠다. 한참 탄력을 받아가고 있었는데 한 주 방송이 쉬면서 흐름이 끊어졌다. 결방의 여파가 이런 거라는 걸 느끼게 됐다. 쫑파티 때도 다들 ‘15%까지 갈 수 있었는데’ 하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우리 드라마가 MBC의 효자 프로그램이 됐다고 안팎으로 얘기가 나오더라. 물론 시청률이 높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람들 뇌리에 웰메이드 작품으로 남은 것 같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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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서영희. 이를 연기한 채시라 역시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매일 고민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하게 되면서 그는 엄마보다 배우 채시라의 모습에 좀 더 충실했다. 흔한 워킹맘들의 고충을 채시라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느꼈다.
“알려고 노력하는 게 많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늘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 같은 느낌이 든다. 최대한 후회하지 않게 엄마 노릇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런 게 다 깨졌다. 심리적으로 깊고 밀도가 단단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었다. 작품을 위해 아이들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내 것을 이기적으로 챙겨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때문에 작품을 끝내고 그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아이들과 놀아주기’였다.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고 싶다며 웃어 보이는 그는 이미 좋은 배우이자 좋은 엄마였다.
“아이들이 방학을 해서 가까운 곳이라도 휴가를 다녀와야 할 것 같다. 둘째 아이가 엄마랑 맛있는 것도 먹고 쇼핑도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동안 아이들을 너무 멀리해서 미안하다. 소소한 일상을 즐기고 싶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