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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저희가 내한공연을 왔을 때, 체스터는 정말 즐거워했습니다. 여러분도 슬픔 대신 즐거워했으면 좋겠습니다.”
11일 미국 록밴드 린킨파크의 멤버 마이크 시노다(41)는 인천 송도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진행된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 무대에 올라 이같이 외쳤다. 그가 린킨파크의 보컬 체스터 베닝턴의 자살 이후 페스티벌 무대 위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팬들은 폭염에 굴하지 않고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며 그를 응원했다. 무대 중앙에는 태극기가 자리하고 있었고, 팬들도 태극기를 흔들었다.
록은 항상 위기였다. 올해는 특히 더 심했다. 하지만 국내 최대 록 페스티벌인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은 외롭지 않았다. 수많은 관객이 찾아 ‘덕력(덕후의 공력을 줄인 말로 관심 분야에 애정을 쏟는 매니아의 정성)’을 뽐냈다. ‘록페가 장난이야?’라고 쓰인 깃발이 객석 한가운데 높이 솟아있었고 ‘당당하게 덕질할거야’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티셔츠를 입은 이도 있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의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2013년까지만 해도 매해 여름마다 초대형 록 페스티벌이 서울 인근에서 열렸다. 자유의 대명사이며 젊음의 열정을 분출할 해방구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이 역할은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페스티벌이 가져갔다. 록과 비교하면 EDM은 더욱 대중적인 장르인데다 접근성도 우월했다. 인천(펜타포트), 이천(지산 밸리록 페스티벌) 등 서울 외곽에서 펼쳐졌던 록페에 비해 EDM 축제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던 만큼 축제를 즐기고 집으로 귀가하기에도 훨씬 편리하다.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이 올해 열리지 않으며 펜타포트는 유일한 대형 록 페스티벌이 됐다. 하지만 록 ‘덕후’들은 단 하나 남은 록페의 몰락을 그저 지켜보지만은 않았다. 펜타포트 관계자는 “아직 집계 중이지만, 지난해(7만6,000명)보다 더 많은 관객이 찾았다”고 밝혔다. 관객들은 ‘지속 가능한 덕질’ 등의 티셔츠를 입으며 펜타포트를 응원했다. 록페를 매년 찾았던 만큼 지산 밸리록 페스티벌이 사라진 사실이 정말 아쉬웠다고 밝힌 인테리어 디자이너 김나무와같이(28)씨는 “록 특유의 접근성과 마니아틱한 장르 때문에 위기가 찾아온 것 같다”면서도 “록이 가진 살아있는 에너지와 넓은 무대, 캠핑 문화 등은 EDM 축제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축제에서는 가족과 함께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과거에는 쉽게 찾기 힘들었던 어린이 관객들도 많았다. 6세 자녀와 함께 축제를 찾았다는 한 부부는 “매해 여름마다 록페를 찾았던 대학 시절이 생각나 아들과 함께 찾았다”며 “옛날보다 과격함, 뜨거움은 줄었다고 느끼지만, 대신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을 만큼 쾌적해졌다”고 평가했다.
올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강타한 폭염은 펜타포트도 피해가지 못했다. 곳곳에 에어컨을 설치한 ‘쿨존’을 만들었지만, 그곳까지 가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김나무와같이씨는 “어차피 록페는 매해 더웠다”며 “이미 이 정도는 예상하고 왔던 만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축제가 좋아 EDM, 록페 가리지 않고 다닌다는 한 20대 여성은 “오히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는 EDM 축제에 비해 펜타포트는 바닷가의 넓은 공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훨씬 쾌적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3년째 펜타포트를 찾았다는 20대 중반 여성은 “올해 경쟁 축제들이 줄다 보니 라인업의 무게감이 줄어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람객들은 축제 내 모든 음식 및 주류 등을 특정 업체의 체크카드로 결제해야 한다는 사실에 불편해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축제를 찾은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아무리 협찬 때문이라도 현금조차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인천=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