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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점검 스트레스에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겹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업사원에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영업사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한 음료 회사의 지점에서 10년 넘게 영업을 맡았다.
A씨와 동료들은 월말 목표치 달성에 수시로 압박을 받자 ‘가판(가상판매)’이라는 방법을 썼다. 실제 판매하지 않은 물품을 서류상으로만 판매한 것처럼 회사에 보고하고 그 대금을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서류상 판매한 것으로 처리된 물품은 따로 보관했다가 회사의 수금 독촉이 시작되면 도매상에 헐값에 넘겼다. 덤핑 물품을 받은 업자들은 ‘무자료 거래’라는 약점을 잡아 대금을 떼먹기도 했다. 차액과 떼인 물품 대금은 영업사원이 채워야 했다.
A씨도 월말이 오면 다른 직원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금융권 대출을 받아 미수금 문제를 해결해 왔다.
2014년 5월 말에도 같은 상황에 닥쳤으나 자금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A씨는 그달 29일 오후 겨우 지인에게서 200만원을 빌려 급한 대로 대부업체 대출금부터 갚았다. 한 시간여 뒤 그는 판매대금 200만원이 들어오자 이 돈을 다시 대부업체에 송금했다. 대출금 갚은 걸 깜빡하고 다시 돈을 보낸 것이다.
A씨는 이중송금한 200만원을 바로 돌려받았지만 그로부터 몇 분 뒤 해당 대부업체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문자 메시지를 받고 200만원을 또다시 보냈다. 몇 시간 뒤에서야 대부업체 직원과 통화하다가 앞선 문자가 사기였다는 걸 깨달았다.
A씨는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그로부터 사흘 뒤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A씨가 경제적 압박으로 자살한 것이지 업무와 상관은 없다며 청구를 거절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의 사망이 업무와 연관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공단의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월말 정산이나 목표치 달성 점검이 다가올수록 정신적 스트레스가 급속히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사기까지 당하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돼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A씨의 채무는 미수금이나 덤핑판매 차액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금 융통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사기를 당한 것 역시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전반적인 업무 연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