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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가운데 1심 재판부가 “‘그루밍’ 상태였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19일 한 매체가 입수한 1심 판결문 전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두 사람이 텔레그램에서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들어 “안 전 지사가 권위적이거나 관료적이었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거절 의사를 내비쳤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안 전 지사가 강압적으로 행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성폭행이 시작됐던 담배 심부름 사건에 대해 “김씨가 수행비서 업무 초기에도 안 전 지사의 객실 방문 앞에 물건을 두고 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도 담배를 안 전 지사의 방문 앞에 두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만 했어도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김 씨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씨가 안 전 지사에게 성적으로 길드는 이른바 ‘그루밍’ 상태였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제시됐지만 재판부는 이를 배제했다.
‘그루밍’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그루밍은 미성년자에게 주로 일어나는 것으로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성인 여성의 경우 단기간에 그루밍에 이를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피감독자 간음 및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고 피해자의 성지감수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에서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나 의문점이 많다”며 “피해자가 심리적으로 얼어붙은 해리상태에 빠졌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무죄의 이유를 들었다.
/권준영기자 kjykj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