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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팸성 문자메시지 광고를 보고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빌려준 가정주부가 사기 피해자에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률구조공단 등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3민사부(양경승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자 김모씨가 통장 명의 제공자 A(32)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김씨가 청구한 약 2,000만원 중 80%에 해당하는 1,600여만원을 다른 공범과 함께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세금 회피를 위해 판매대금을 입금받아 회사에 전달해 줄 사람을 모집. 수고비로 하루 200만원을 지급’이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씨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곳으로 연락을 했다가 통장 계좌번호를 알려주면서 보이스피싱 사기에 연루됐다. 자금 인출책 B씨가 수사기관에 붙잡혀 지난해 2심에서 징역 1년형이 확정된 것과 달리 단순 통장 대여자인 A씨는 이 사건에서 참고인 조사만 받고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 김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에 통장을 대여해 준 사람 역시 불법 공동행위자로서 피해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계좌를 빌려줄 경우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통 사람이라면 예상할 수 있었던 데다 입금된 돈을 직접 출금해 인출책인 B씨에게 전달해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며 A씨가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성인이었던 점 △예정된 출금 수고비가 일당 200만원에 달한 점 △통장이 적어도 조세회피 등 불법행위에 사용될 것임을 알았던 점 △회사가 아닌 마트 앞 등 불특정 장소에서 출금한 돈을 B씨에게 전달한 점 등도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단 배경으로 들었다.
대법원은 2014년 12월 보이스피싱 사기 관련 손해배상 판결에서 통장을 단순 대여한 보이스피싱 사기 연루자의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대여자의 사건 가담 정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책임을 조금씩 달리 판단하고 있다. 피해자 김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조필재 변호사는 “이번 항소심 판결은 통장 명의자라도 보이스피싱 피해액 중 상당 부분의 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는 데 경각심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