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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사망한 단역배우 자매의 장례식이 9년여 만에 치러졌다.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207호에서는 이들의 추모 장례식이 엄수됐다.
2004년 대학원생이던 A씨는 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곳에서 A씨는 배우들을 관리하던 관계자 12명에게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수사 진행 과정에서 A씨를 향한 2차 피해와 가해자들의 협박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2009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동생 B씨도 A씨의 뒤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글이 게재됐고 이에 동의하는 인원이 20만 명이 넘는 등 사회적인 관심이 이어졌다.
추모 장례식을 연 두 자매의 어머니 장연록 씨는 “청와대 국민 청원의 20만 명 달성에 따라 꾸려진 경찰청 진상조사단에서 올해 5월 중간조사 결과를 들었다”며 “그동안 쓰러져 있느라 경황이 없어 엄마로서 장례식도 못 치러줬는데 중간조사 결과를 듣던 날 장례를 치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 장례식은 익명으로 받은 기부금과 여성가족부·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지원으로 열렸다.
관련 사건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는 경찰은 이날 오후 3시 40분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박창호 경찰청 생활안전국 성폭력대책과장은 “전체 조사 대상자 20명 중 17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며 “1명은 연락은 닿지만, 조사를 거부하고 있고 1명은 행방불명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나머지 2차 피해의 가해자로 알려진 경찰 1명은 퇴직 후 해외 체류 중이라 조사하지 못했다”며 “(성폭행) 가해자 대부분이 혐의를 부인하는 진술로 일관하고 있다. 사건과 관련된 850여 쪽의 자료를 확보해 이미 검토를 완료했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진상조사를 펼치고 있지만 사건이 발생한지 이미 14년이 지나 성폭행 고소시효가 완료된 만큼 현행법상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