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은 오는 9월 12~16일 서울 광화문 세종M씨어터에서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를 선보인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각각 만든 오페라 ‘극장지배인’과 ‘음악이 먼저, 말은 그다음’을 한 무대로 엮으며,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오페라 제작기를 유쾌하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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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세기의 라이벌’이라고 잘 알려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피터 셰퍼의 연극 ‘아마데우스’와 동명 영화로 잘 알려진 ‘세기의 라이벌’에 대해, 이경재 서울시오페라단장은 3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작 발표회에서 “살리에리는 당대 여러 작곡가의 존경을 받는 선생이었으며, 모차르트와 경쟁의 관계가 아녔다”고 설명했다. 둘의 관계는 라이벌이 아닌 동료에 가까웠다는 의미.
이 단장은 “영화 ‘아마데우스’가 제작 동기가 됐다. 국내 관객들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동시대 음악가였고 경쟁관계였다고 보는 경향이 크다” 며 “ 정작 동시대를 사는 음악가들이 정작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조명은 거의 없었다. ”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어 “두 작곡가의 음악을 동시에 한 무대에서 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할 것”이라고 기획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18세기 비엔나 황제 요제프 2세가 개최한 오페라 경연에 기초를 두고 이번 공연을 구성했다. 예산이 부족해 오페라를 만들기 어렵거나, 후원자의 무리한 요구로 단기간 내 졸속 작품을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만연했던 ‘당대 오페라계 풍자’를 주제로 짧고 재밌는 오페라를 만들라는 황제의 명이 내려진 경연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각각 <극장지배인>과 <음악이 먼저, 말은 그 다음>을 만든 당시의 상황과 작품을 서울시오페라단이 새롭게 패러디하여 21세기에 펼쳐놓는 것이다.
각각 1시간 정도 분량의 ‘극장지배인’과 ‘음악이 먼저, 말은 그다음’을 같은 날 한 무대에 올리면서 극적 재미를 위해 서울시오페라단은 두 오페라를 경연 당사자인 모차르트와 살리에리가 직접 자신의 극 안에서 경연작품을 만드는 장면을 새롭게 시도했다.
1막에서 모차르트와 극장지배인은 돈을 후원하겠다는 후원자의 소개로 가수 오디션을 갖는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과 상관없이 서로 최고의 프리마돈나가 되기 위해 소프라노들이 신경전 벌이면서 펼쳐지는 에피소드가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2막에서 살리에리는 나흘 만에 새로운 오페라를 작곡해야 하는 상황. 대본작가를 만나 완성된 음악에 맞는 가사를 붙여 달라 부탁하고, 두 사람은 ‘음악과 가사 중 무엇이 우선인가?’를 두고 씨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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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동시대를 사는 예술가들이 어떻게 상생하고 협력하는지‘를 그리고 있다. 드라마가 탄탄한 오페라를 선보여온 장영아 연출은 “개인적으로는 진정한 의미의 경쟁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진정한 경쟁은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이긴다는 것은 결국 무의미하고 결국 자신의 개성을 알게 되는 것이 진정한 경쟁이다”는 것에 메시지를 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질투하고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었던 점이 여러 각도에서 보여지게 된다”고 귀띔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음악적 특성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연출가는 “모차르트 작품을 보면, 경쟁 구도가 치열하게 드러나지만 빨리 해결이 된다면 살리에리는 또 다르다. 살리에리가 이번 작품에서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고 해결해가는지 역시 관전하는 묘미가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장영아 연출가는 살리에리와 모차르트의 관계를 통해 ”모두의 개성이 존중 받아야 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는 “경쟁 사회에 끌려가고 있지만, ‘최고’란 허상일 수 있다. 반면 최고는 한 사람밖에 될 수 없지만,유니크한 존재는 모두이다”는 특별한 철학을 내 놓았다.
모차르트 역은 연극배우 송철호, 김두봉이, 살리에리 역은 베이스바리톤 오승용, 김재섭이 나눠 맡았다. 지휘자 구모영은 “각 작곡가들의 고뇌와 진지한 대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며 “서로간에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모습 역시 핵심적으로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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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장영아 연출가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는 연극적 재미가 충만한 오페라임을 어필했다. 그는 “공연의 특징은 연극적인 요소가 있다는 점이다.마치 연극과 오페라를 함께 보는 듯한 감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구모영 지휘자 역시 “앙상블 개념으로 배우들이 곳곳에 등장하는 점이 흥미롭다”고 이야기를 보탰다.
한편, 서울시오페라단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는 바리톤 정지철·염현준(극장장 역), 배우 김두봉·송철호(모차르트 역), 소프라노 오미선·박은미(헤르츠·엘레오노라 역), 소프라노 정혜욱·장혜지(질버클랑·토니나 역), 바리톤 오승용·김재섭(살리에리 역), 바리톤 송형빈·베이스 박광우(작가 역), 테너 노경범·위정민(후원자 역)등이 출연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