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독립영화에서 첫 주연작을 맡은 성유빈은 영화 ‘살아남은 아이’(신동석 감독, 아토ATO 제작)에서 극중 비밀을 쥐고 살아남은 아이 기현 역을 맡았다. 특히 이번 작품을 통해 아역이 아닌 주연 롤에 처음 도전한 성유빈은 책임감과 함께 고민이 컸다고 했다. 제 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에서 공식 초청을 받은 데 이어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화이트 멀베리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번 작품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마음은 무겁지만 좋은 느낌이 들어서 끌렸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야 숨을 내쉬었을 정도로 숨통을 조이는 작품이었어요. 작품 자체가 무겁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전 좋은 느낌이 들었어요. 결말도 마음에 들어서 한번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죠. ”
‘살아남은 아이’를 연출한 신동석 감독은 기현 역으로 처음부터 성유빈을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석 감독이 성유빈을 처음 본 영화는 ‘대호’이다. 감독의 말에 따르면, “이 아이가 능청스러운 연기도 잘 하지만, 연기 같지 않고 굉장히 날 것의 생생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캐스팅 1순위로 생각했다”고 한다. 감독은 오디션도 보지 않고 “너랑 이번 작품을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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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사무실에 가서 감독님을 뵙고 얘기하는데 감독님이 ‘너를 생각하며 썼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사실 저는 왜 절 생각했는지는 잘 몰랐어요. 절 좋게 봐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컸죠. ”
‘살아남은 아이’는 죽음과 학교 폭력 등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 10대가 경험하지 못한 ‘애도’와 ‘슬픔’의 감정 역시 건드리고 있다. 배우 성유빈은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주 사소한 것까지 고민하며 감정의 완급조절, 강약조절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영화 속 ‘윤기현’ 역을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상의를 많이 했어요. 또 상상도 많이 하면서 ‘기현의 행동이 이 정도의 슬픔이겠구나’ 가늠을 했어요.감독님의 이야기들이 기현의 감정을 잡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기현은 죄의식이 있어서 이야기하는 게 쉽지가 않았을테고, 말을 꺼내기도 힘든 일이죠. 실제로 그런 상황이라면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죽음이나 애도는 경험이 많진 않지만 엄청 가까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 단어의 의미는 알고는 있지만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단어 같아요. 아직까진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10대 배우인 성유빈은 ‘살아남은 아이’를 또래 관객들에게 추천했다. ‘자존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게 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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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또래 친구들에게 추천한다면, 자신감이나 자존감에 대한 부분을 잘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금 힘들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 닿았어요. 기현은 소심한 성격이긴 하지만, 본인이 잘못한 경험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고요. 제 또래들도 보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사람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죠.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지금의 힘듦보다 앞으로 더 큰 힘듦도 있으니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받으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영화에서 나온 건 엄청 힘든 감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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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영화 ‘완득이’에서 유아인의 아역으로 데뷔 해 올해 데뷔 8년차를 맞이한 배우 성유빈은 ‘대호’ ‘아이 캔 스피크’ ‘신과함께-죄와벌’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신과 함께’론 천만 배우라는 소식어를 얻기도 했다. 그는 “영화라는 배가 있으면 꽁무니에 손 하나 걸쳐놓고 탄 것 같아요. 제가 한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라며 소탈하고도 겸손한 대답을 내 놓았다.
현재 고3인 성유빈은 성인 연기자의 길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그는 “아역을 벗어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그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성유빈의 좌우명은 “조급하지 말자”이다. 그는 “각자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조급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내다본다”고 했다. 영화 작업을 함께 했다는 기억을 심어준 ‘살아남은 아이’의 첫 기억은 그의 배우 인생에 큰 자양분으로 남을 듯 했다.
“선배님들이 하시는 이야기인데, 항상 그렇게 말해요. 연기는 나이에 제한이 없어요. 지금 안 된다고 조급해할 필요 없고, ‘난 성공할 거야 ’라고 욕심을 낸다 하더라도 그대로 되지 않아요. 몇십년을 두고 보더라도 또 계속 할 수 있는 게 ‘연기’ 일이니까요. 남이 해주는 게 아닌 내가 하는 게 바로 ‘연기’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사람을 연기하는 거라서, 늘 쉽지 않은 게 ‘연기’ 잖아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안 되던 게 되기도 해요. 처음엔 그냥 ‘재미’만 있었다가 이제야 연기에 대해 생각하고 더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어요. 걱정이나 두려움보다는 부족함을 잘 채워나가고 싶어요. ”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