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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숙(74·사진) 신임 예술의전당 이사장은 17일 문화·예술계가 지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태와 같은 아픔을 털어내고 활력을 되찾는데 주어진 역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손 이사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깨가 무겁다”며 “이사회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예술의전당이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연극계 원로 배우인 손숙 마포문화재단 현임 이사장을 신임 예술의전당 이사장으로 임명했다.
손 이사장은 “당연직을 제외한 이사진 10여 명의 임기가 전부 만료된 상태”라며 “이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 이사들을 선임하는 게 급선무이고 새로운 이사진이 꾸려지면 그들과 잘 의논해서 이사회 운영 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가들을 각종 지원 사업에서 배제하기 위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손 이사장은 지난 2016년 말 본인이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접한 후 “돈으로 예술인을 길들이다니 도대체 어느 시대 정치를 하고 있는 건가”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었다. 손 이사장은 “다행히 블랙리스트 사태가 이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돼 가는 것 같다”며 “문화·예술계가 지난 아픔을 털고 과거의 활력과 기운을 되찾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13일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현직 공무원과 전직 공공기관장 등 총 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블랙리스트 책임 규명 권고안에 대한 이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음악당과 미술관, 오페라하우스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전용공간인 예술의전당 이사장은 예산과 사업 계획 등을 검토하고 승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난 1964년 연극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로 데뷔한 이래 50년 넘게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나 온 손 이사장은 예술의전당·국립극단 등의 공공기관 이사와 마포문화재단 이사장,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집행위원회 위원장 등 문화계 직책을 두루 역임하며 전문성과 경험을 쌓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지난 1999년에는 환경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예술의전당 이사장은 일종의 관행처럼 박용현 전 두산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등의 기업인들이 주로 맡아 왔다. 이 때문에 손 신임 이사장 임명을 놓고 공연계에서는 “문화계 인사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예술의전당이 마음껏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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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이사장은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쉬지 않고 무대에 오르며 왕성한 활동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이달 초부터 대학로에서 이순재·신구 배우와 함께 연극 ‘장수상회’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으며 다음 달에는 서울 김포와 부산 등지에서 ‘사랑별곡’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손 이사장은 “예술의전당 이사장은 비상근이라 다행히 연극 활동에 지장이 없다”며 “아직도 기운이 펄펄한데 연극을 못 하게 된다면 (예술의전당 이사장 같은) 다른 일은 맡을 수 없지 않겠느냐”고 웃었다.
손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1년 9월16일까지다. 문체부 관계자는 “손 이사장이 30년 넘게 문화·예술 분야에서 쌓은 경험과 연륜, 예술의전당 이사로 활동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예술의전당 발전과 예술 진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마포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