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배우들과 아울러가는 힘을 지닌 배우 조승우가 전한 단순하면서도 정확한 연기비법이다.
“모든 캐릭터를 만들 때 대본에 충실해요. 연기의 모든 답은 대본에 있다고 생각해요. 보고 또 보는거죠. 대본을 받으면 파고, 파고 또 파고 들어요.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요. 참고할 자료가 있으면 보기도 하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감독님 또는 작가님과 만나서 이야기해요. 그런 기본적인 과정을 거치고 크랭크인을 하면 열심히 찍어요. 너무 단순하죠 ”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조승우는 영화 ‘클래식’(2003), ‘말아톤’(2005), ‘타짜’(2006), ’내부자들‘(2015)에 이어 드라마 ’비밀의 숲‘(2017), ’라이프‘(2018)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과 브라운을 넘나드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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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개봉한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제작 주피터필름)의 천재지관 박재상으로 돌아온 배우 조승우는 함께하는 스태프와 감독, 배우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간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본도 안 보고 제작사만 보고 결정했다’ 거나 ‘ 감독만 보고 결정했다’는 말은 조승우에게 통하지 않았다.
“다른 분들이 대본도 안 보고 결정했다는 말을 하기도 하던데, 저는 그건 못하겠어요, 전 대본이 없으면 안 해요.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없잖아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알아야죠. 대본이 나오기 전이면 그 의도가 글로 담겨 있는지 안 담겨있는지 모르는거니까요.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는 대본을 많이 주고 뒤에 있을 내용을 알려주시니 작업하기 편했어요. 감독이 대강의 내용만 말한 뒤, ‘내가 이거 할 건데, 대본은 없어. 할래 말래? ’ 라고 말한다면, 그건 무슨 자만감인거죠. 전 대본을 기반으로 감독님과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걸 원해요. 캐릭터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잖아요.”
‘명당’ 이후 조승우의 차기작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다. 2015년 ‘스위니 토드’ 이후 3년 만에 무대로 돌아오는 것.
조승우에게 배우의 초심을 되새겨준 작품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이다. ’맨 오브 라만차‘를 보고 꿈을 꾸기 시작한 조승우는 “내 모든 걸 받쳐서라도 무대에 서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 뒤 10년도 안 돼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뤘다.
가슴 뛰게 하는 곳이 바로 ‘무대’이지만, 무대로 돌아가는 솔직한 소감은 “무섭다”였다. 베테랑 배우도 그 순간을 온전히 살아내야 하는 날 것의 무대 연기는 쉽지 않았다. 그의 치열한 노력과 떨림은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조승우는 “약 5년 만에 ‘지킬앤하이드’무대에 다시 서게 되어 90%의 두려움과 10%의 설렘이 있다. 공연을 하면서 관객을 만났을 때 10%의 설렘이 100%가 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때가 됐다”는 답을 들려줬다. “많은 분이 원하시는 목소리도 들었고, 무대에 서고 싶은 생각도 있고요. 저는 원래 무대 배우고요. 무대에 서는 건 숨 쉬듯 당연한 일입니다. 일단 무대가 주는 중압감과 무서움과는 별개로, 저는 무대에서 활동하는 게 가장 좋고 편해요.
무대는 물론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불리고 있는 그이지만, 제일 힘든 작업은 영화이다고 했다. 로케이션이 많은 영화 촬영은 흐름을 계속 가져가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영화는 100페이지 120페이지 시나리오로 기본 3~4달 기간 동안 찍는 작업이죠. 오랜 시간 찍을 수 있어서 충분한 완성도를 높일 수 있지만, 로케이션 작업은 배우에게 쉽지 않아요. 예전엔 막연하게 드라마가 가장 힘들 것 같았는데, 이젠 영화가 제일 힘든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명당’에서도 그런 경험을 했어요. 어딘가를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는 장면인데, 들어가는 입구는 안동이고, 길에서부터 그 안은 ‘문경’이란 장소에요. 또 저기 들어가서 앞마루 별채는 민속촌이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실내세트가 나와요. 신을 쪼갤 수 밖에 없는 현장인데, 배우에겐 연기 흐름을 계속 가져갈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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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내가 ‘땅’ 하면 바로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경주마인데, 못 가고 주춤하게 되는 거죠. 로케이션은 마치 경주마가 달리다 서고, 달리다 서고 해야 하는 것과 비슷한데, 영화 배우들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순서도 뒤죽박죽으로 찍는 경우도 많잖아요. 제가 아직까지 영화에 적응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죠.”
조승우는 “카메라가 무섭다”는 이야기도 털어놨다. 단순히 연기 잘 하는 배우의 겸손한 발언만은 아니었다. 그는 카메라 연기를 20년간 해왔지만 “한결같이 무섭다”고 이야기한 것. 이어 “이 무서움이 바로 없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 아직도 카메라가 부담스럽거든요. 연기하면 늘 카메라가 의식이 돼서 집중해서 연기하는 게 힘들어요. 아마 이건 평생 갈 것 같아요. 카메라가 무서워요. 물론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던 게 무대 연기에 도움이 됩니다. 카메라 연기와 무대 연기의 조화를 잘 이루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무대에서 계속 연기하다 보면, 조금은 과할 수 있고, 조금은 더 정형화된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카메라에서 연기를 했을 때 자연스럽게 못하면 큰일 나는거죠. 그렇게 서로 상충됐을 때, 상호작용을 해주면서 서로 서로 다잡아 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조승우는 연기의 맛을 ‘캐릭터 구축하는 과정’에서 느끼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대본을 충분히 분석할 시간이 있으면, 연기할 맛이 난다”고 표현했다. ‘연기의 맛’이 지금의 조승우를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연기의 맛을 채우기 위해 그는 무대로 달려가고 있었다.
“제가 ‘무대 배우’라고 말씀 드렸듯, 2달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서 하는 게 제일 안정적인 것 같아요. 제 컨디션도 맞출 수 있어서 좋아요. 두려우면서도 편한 곳이 바로 ‘무대’입니다. 11월엔 바로 그곳 ‘지킬 앤 하이드’ 무대에서 뵙겠습니다.”
한 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11월 13일부터 2019년 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