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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상용차 생산 줄이고 인력 재배치] 자영업자 줄폐업에 직격탄…현대차 노조도 위기상황 공감

정부 노후트럭 보조금 정책 되레 악영향
건설업 침체도 대형트럭 판매 감소 한몫
'글로벌 상용차 제조사' 도약 가시밭길

“재고 물량을 쌓아둘 데가 없어서 공장 밖 공터까지 쓰고 있습니다.”(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

현대자동차가 전주공장 트럭 생산량을 30% 넘게 줄이고 3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인력을 전환배치하는 조정을 단행한 것은 경기 침체가 트럭 판매 악화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형 트럭은 건설업의 부침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소형 트럭은 자영업자의 수요에 따라 성과가 가려진다.

최근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영업 폐업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트럭 판매 저하의 첫 번째 요인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분석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앞질렀다. 자영업자 수도 올해 5월 572만명으로 가장 높았다가 지난달에는 568만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상용차 생산 줄이고 인력 재배치] 자영업자 줄폐업에 직격탄…현대차 노조도 위기상황 공감

대형 트럭이 투입되는 건설업 침체도 심각한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건설 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나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건설투자 증가율을 -0.6%, 한국개발연구원은 -0.2%로 전망했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승용차에 이어 특히 수입 상용차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차 기준 국산 상용차보다 수입차가 30%가량 비싸지만 유지비용이나 혜택 등을 고려하면 크게 차이가 없다. 수입 상용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20년 넘게 유지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최근 들어 수입 상용차에 대한 좋은 인식이 퍼지면서 다소 비싸기는 하지만 수입차를 선택하는 차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래된 트럭을 폐차할 때 지원금을 주기로 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신차 구매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것도 수요 감소의 원인이다. 폐차에 따른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해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노후 트럭을 폐차하면 차주는 1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는 데 그친다.

트럭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글로벌 상용차 제조업체로 거듭나겠다는 현대차 앞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내수 판매가 올 들어 하락세로 돌아서며 생산라인이 멈추기도 했다. 해외 시장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중국 상용차 합자회사인 ‘쓰촨현대’는 판매 부진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상용차 시장은 승용차에 비해 수익성이 좋고 대량 계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최근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용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높이는 등 경쟁력 강화를 서둘러왔다. 전주와 울산으로 나뉘어 있던 연구조직을 남양연구소로 이전해 단일화하고 연구인력을 대거 충원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판매 악화의 원인이 단기간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내년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예산은 14조원으로 2015년(23조원)보다 9조원이나 줄었다. 건설투자도 올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을 -2.7%로 전망했다.

전환배치에 민감한 노조가 280여명의 노조원들의 일자리를 옮기는 데 일정수준 합의를 한 것도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측의 전환배치를 반대해 갈등의 불씨가 커진다면 노조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 지난 4월 사측이 전주공장에 공고를 내고 다른 지역 근무 희망자를 접수한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상황에 노조도 위기를 느끼는 셈이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는 전례가 없는 대규모 전환배치인 만큼 이후 사측의 전횡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야 할 기존 상용차 판매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줄어드는 시장 수요에 맞게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 이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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