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3년 만의 신작 ‘미래의 미라이’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 아주 작은 아이의 작은 이야기지만, 모든 세대의 누구와도 통할 수 있는 이야기인 점”이다.
16일 개봉한 ‘미래의 미라이’는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쿤’이 여동생 ‘미라이’가 생긴 후 달라진 변화 속에서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만나게 되고, 그 후 시공간을 초월한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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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가 그랬듯 ‘미래의 미라이’의 기획 역시 실제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실제 경험이 출발점이었다. 여동생이 태어났을 때 부모의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낀 4살 아들이 우는 모습을 보고 ‘한 사람의 사랑을 둘러싼 보편적인 인생 이야기’를 떠올린 것. 그렇게 소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증조부모 세대까지, 4세대를 관통하는 생명의 거대한 순환을 그려낸 작품이 탄생했다.
“제 아들이 태어 난 뒤 여동생이 생겼을 때 아들의 반응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부모의 사랑을 아기에게 온전히 빼앗겼다고 생각하더군요. 그동안 엄청나게 사랑받으며 자랐는데 갑자기 사랑을 빼앗기니 완전히 좌절하는 거죠. 바닥을 마구 뒹굴면서 울부짖더라고요. ‘사랑을 잃은 인간의 모습은 이렇겠구나’ 싶었어요. 아이뿐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든 사랑을 잃은 경험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생각해보면, 인생은 사랑을 둘러싼 이야기잖아요. 사랑을 얻거나 잃거나, 그 반복이 인생이죠. ”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또 한 번 ‘가족’을 다룬 작품을 들고 왔다. 감독은 인간이 어떤 상황에 변화를 겪고, 그 변화의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사람이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가족’이후 겪게 되는 ‘세상’을 아는 이야기를 세심하게 그리고자 했다. 지금 현재 여기저기서 평범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관찰하고 바라보고자 하는 마음이 작용했다.
“ 부부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삐걱거리는 시기가 있거든요. 두 아이의 아빠인 저 역시 그랬죠. 주변에서 들었던 대로 정말 힘들었어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 자신들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하고,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어떤 부모이자 부부가 될지 다시 한번 서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요. 그런데 몰랐던 것이 있었어요.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면, 어른이 아이에게서 받는 것이 훨씬 많다는것이죠.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아주 막연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선명해지면서 어린 시절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 배우게 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어요. 그것이 이 영화를 만드는 계기도 되었죠.”
‘미래의 미라이’는 한 가족의 이야기라는 미시적인 접근부터 과거부터 세대를 이어온 인류의 순환사라는 거시적인 범위까지 탐구한 그간의 ‘호소다 월드’를 확장한 결정판이다. 점차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관계,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묵직한 물음표를 던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4살 아이의 이야기이면서 부모, 부부의 이야기”이다. 감독은 ““생명의 커다란 순환, 그리고 삶을 구성하는 거대한 고리를 그려내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전했다.
“어린 아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 아이가 없을 때에 비해서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현대 사회는 저출산화가 진행되고 있고 결혼관도, 가족관도 점차 변해가고 있어요. 이제 더 이상 핏줄이나 DNA의 힘으로 가족과 가족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노력해서 저마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실히 인지한 후에 좀 더 단단한 관계로 맺어지는 거죠. 소년과 여동생의 관계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도, 부부의 관계에서도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영화의 제목이자, 극 중에서도 소개되는 ‘미라이’라는 이름은 ‘미래’를 뜻하는 일본어. 동생 ‘미라이’가 정말 이름처럼 미래에서 온다는 설정이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미래의 미라이’에는 완벽한 아이나 어른은 나오지 않는다. 현실의 우리들처럼 서툴고, 계속 성장해나가는 존재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길잡이이자 안내자인 미래에서 온 ‘미라이’는 극 중 캐릭터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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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목은 ‘미라이노 미라이짱’이라는 미래에서 온 동생 ‘미라이’를 뜻하는 제목이었어요. ‘미라이짱’에서 ‘짱’이라는 애칭을 빼면서 단순히 미래에서 온 동생이 아니라, 더 먼 미래에서 왔을 수도 있는 존재, 미래의 ‘미라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등의 의미를 떠올릴 수 있어요. 단순한 동생의 이름 이상의 의미를 주고 싶었어요. 처음의 제목보다는 좀 더 다양한 의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극 중 ‘미라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천사’라고 말할 수 있어요. ‘천사’라는 한 것은 ‘미라이’가 영화 속 길잡이이자 안내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주인공 ‘쿤’은 동생에게 부모의 사랑을 빼앗기고 자신의 존재의 의미조차 흔들리는 어린이이고, ‘쿤’의 부모 역시 완벽한 부모라기 보다는 자녀와 육아, 인생을 배우는 과정의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2015년 9월, 처음 기획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2018년 일본 개봉까지 꼬박 3년간 달려오며 ‘미래의 미라이’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신의 가족인 셈이다. 그가 행복하게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들의 건강함’을 무한 신뢰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어른들은 늘 앞으로 경제는 더 나빠지고 세계는 분단되고 서로를 더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살아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건강하고 순수한, 무한한 가능성의 에너지로 (어른들이 찾아내지 못한)미래의 빛나는 부분을 찾아낼 거라 생각해요. 항상 그런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편, 감성 애니메이션의 거장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1991년 도에이 애니메이션에 입사, 수석 애니메이터로서 TV와 극장판 애니메이션 연출을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프리랜서로 전향, 2006년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선보였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데 이어 제39회 시체스영화제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 제31회 안시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부문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23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거장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2009년에는 원안, 각본, 감독을 겸한 첫 작품 ‘썸머 워즈’를 발표해 감독 특유의 색깔과 작품세계를 관객들에게 확고히 각인시켰다. 2011년 제작사 ‘스튜디오 치즈’를 설립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은 ‘늑대아이’(2012), ‘괴물의 아이’(2015)에 이어 ‘진짜 가족 이야기’를 담아낸 신작 ‘미래의 미라이’까지, 3년마다 국적과 장르를 뛰어넘어 전 세계 애니메이션사에 유의미하게 기록될 작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3년 단위로 신작을 내 온 감독은 2021년을 목표를 열심히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의 미라이’하고는 정반대인, 혹은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차기작에 대해 귀띔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