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질주를 시작한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은 극한의 웃음을 선사하는 영화다. 고된 일상 속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라면 더더욱 반가울 영화다.
숨 쉬듯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로 순도 높은 웃음을 선사하는 ‘고반장’ 역의 류승룡은 “절대 웃기려고 애쓰지 말자”는 자세로 작품에 임했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툭’ 나온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엄청난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제일 경계한 것 역시 과유불급(지나침은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이었다.
“무언의 약속이랄까. ‘과유불급’을 제일 경계했던 것 같아요. 대사나 행동 하나 하나 조심하고 공을 들였던 것 같아요. 누구 하나 도드라지거나, 누구하나 처지지 않게 골고루 보이게 공을 들였죠. 대사를 조금만 늦게 치거나 늘어지게 치면 웃기지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되게 신중하게 긴장하면서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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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 역대급 팀워크를 과시하는 마약반 5인방인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 등은 모두가 웃음을 줬다. 극한 ‘코미디 협동조합’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는 “마약반 5명이 누구 하나 도드라지지 않고 누구도 빠지지 않았다”며 팀원들에게 연신 감사함을 전했다.
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에서 류승룡은 만년 반장인 마약반을 책임지고 있는 고반장을 맡았다. 특히 ‘고반장’ 역 류승룡의 대사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는 강력한 중독성으로 벌써부터 관객들에게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스스로도 “이 작품은 내가 입기에도 편하고 보는 분들에게도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며 한층 편안한 모습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옷도 보기 좋은 옷과 내가 입었을 때 편하고 좋은 옷이 있잖아요. 이 영화는 내가 입기에도 편하고 보는 분들에게도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시상식 갈 때 입는 슈트가 보기엔 좋은데 입기엔 불편하거든요. 팬들은 기함을 할 정도이지만, 전 도인바지 같이 통이 큰 걸 좋아해요. 그런 면에서 ‘극한직업’은 그 접점을 잘 잡은 작품이죠. 내가 보여주고 싶고, 또 관객이 보고 싶어 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
영화 ‘스물’(2015), ‘바람 바람 바람’(2018) 등을 통해 ‘말맛’ 코미디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이 살아있는 영화다. ‘극한직업’의 명대사는 류승룡이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읽었던 운율 그대로이다. 류승룡은 “리딩을 할 때도 처음 읽은 그대로 했는데 다들 재미있다고 했다”며 “그냥 운명처럼 다가온 대사이다”고 했다.
류승룡은 ‘극한직업’에 대해 “잘 만들어진 설계도”라고 표현했다. “잘 짜여진 각본 안에서 실생활에서 나올 수 있는 공감의 웃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그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선보이며 순도 높은 웃음을 선사한다.
언제나 목숨을 걸고 수사에 나서지만 실적은 바닥인 마약반의 만년 반장 ‘고반장’.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해체 위기의 마약반을 살리기 위해 전무후무한 위장창업 수사에 돌입하게 되고,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며 수사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류승룡은 “고반장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가장이자 아빠, 남편 그리고 직장인 혹은 소상공인이다”고 해석했다.
“고 반장 캐릭터가 웃기면서도 짠하고, 주변에 있을 법해요. 그런 점들이 맞닿아있기 때문에 공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익숙한 형사가 아닌 소상공인 입장으로 악을 응징하니 통쾌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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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는 여자’(2004)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한 류승룡은 2011년 영화 ‘고지전’을 통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최종병기 활’(2011),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영화에서 활약했다. 이후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까지 연타로 천만영화 흥행을 기록했다. 그러나 ‘손님’(2015)과 ‘도리화가’(2015) 이후 잇달아 흥행에 실패했다.
지천명 나이 50을 맞이한 류승룡은 쉼 없이 자신을 채찍질한 태도에서 벗어나 좀 더 배우 류승룡과 사람 류승룡의 간극을 좁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보다 건강한 삶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것. 그래서 그럴까. 때 마침 찾아온 ‘극한직업’은 그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전에는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았어요. 열정강박이라고 해야 하나. 뭔가를 더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괴롭혔죠. 그러면서 정작 저한테는 무관심했던 것 같아요.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울음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도 많은 선물을 주고 편안해야 사람들 앞에 나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고 내 마음에 선물을 주기 시작했어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이 되니 거기서 배우는 것이 너무 많아요. ”
류승룡의 바람은 통했다. 촬영하며 힐링을 경험한 것에 이어 연일 놀라운 기록행진으로 극장가를 온통 웃음 바다로 물들이고 있는 것. 그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6개월이란 촬영기간 동안, ‘치열하지만 행복하게 촬영을 한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경험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즐거운 현장이지만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고, 힘들었지만 결과가 좋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힘들었는데 결과도 안 좋을 때가 그때가 가장 힘든 것 같아요. 제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은 현장에서 행복하게 촬영하는 거라 생각해요. 나머지는 관객에게 달려 있는 것 같어요. 주연배우로서 성적에 대한 책임감 또한 당연하게 있어요. 그게 제일 불안하고 같이 일한 분들에게 미안한 게 사실이죠.”
그는 “각자의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필살기가 있다”는 말로 ‘극한직업’이 주는 또 다른 메시지를 짚었다. 류승룡의 필살기는 그렇게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랜만이 내 몸에 맞는 신나는 작업을 했어요. 우리끼리 뭔가를 해 냈다는 것 자체에 배우들 스스로 보람 있어 한 현장이었죠 .‘치열하지만 행복하게’란 말을 좋아해요. 작품은 치열하게 찍어야 하는 게 맞지만, 행복하기 위해선 서로 조금 양보하고 참고 하면 되는거죠. 이런 것들이 참 잘 된 현장이었어요. 행복하게 촬영했으니 절반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