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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 “삼성전자를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경제 분야 상임위 간사단이 방문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민주당 권미혁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간담회 직후 권 원내대변인의 브리핑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IT(정보기술) 시황이 생각보다 골이 깊고 위기가 있지만, 우리는 그 이유와 해결방안을 내부에서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지만 경쟁할 수 있는 강자가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라고도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중소기업과의 상생 문제나 일자리 문제도 잘 알고 있다”며 “많은 협력업체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고 더불어 혁신도 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간담회는 이 부회장이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권 원내대변인은 “(지난 2일 청와대 주최로 열린) 신년회 때 이 부회장이 초청해 (홍 원내대표가) 답한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국회의원이 이렇게 많이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며 “분야별로 다 와주셔서 고맙다. 기(氣)를 넣어주셔서 고맙다”고 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전략의 새로운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위기는 항상 있지만 그 이유를 밖에서 찾기보다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반드시 헤쳐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올해 들어 이 부회장은 부쩍 반도체사업에 힘을 싣는 발언과 행보를 잇달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흔들리고 각종 경제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자,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반도체 시장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높아진 상황이라 더욱 눈길이 쏠리는 행보다.
최근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에게 “(반도체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며 반도체사업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4일에는 용인시의 기흥사업장을 찾아가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과 사업전략을 논의한 바 있고, 다음 달 초에는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반도체 공장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부회장의 ‘비메모리 육성’ 발언은 그동안 삼성전자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사업을 키워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D램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함께 글로벌 시장의 약 95%를 장악할 만큼 압도적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비메모리 시장의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유럽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의 이날 발언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메모리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체’로 여겨졌던 비메모리 사업을 집중 육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사업 구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