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공개된 ‘킹덤’의 흥행을 가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치가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답답함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만약 안 되고 있는 건데, (구체적인)수치가 밝혀지면 수치스럽잖아요.하하하” 라며 주지훈식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개국, 1억 3900만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기업이다. 구체적인 조회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5일 공개된 ‘킹덤’의 자세한 수치 또한 공개되지 않았다. 넷플릭스 내부 반응은 ‘상상한 것 이상으로 잘 되고 있다’는 후문. 이에 대해 주지훈은 “분명 작품이 오픈 했는데, 오픈 안 한 것 같은 느낌이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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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좀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6부작 ‘킹덤’은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국에 공개됐다. 주지훈은 반역자로 몰린 왕세자 ‘이창’ 으로 출연해 나약하지만 강하게 변모해 가는 왕세자의 다채로운 얼굴을 담아냈다. 친숙한 ‘좀비’란 소재에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이 더해져 색다른 볼거리와 이야기를 제공하는 ‘킹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즌2에 대한 힌트를 해달라는 질문에는 “시즌1 떡밥이 100%로 회수된다. 그 뒤 새로운 떡밥을 또 던진다”고 영리하게 받아쳤다.
‘킹덤’은 시즌2 촬영이 들어간 것에 이어, 시즌3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 주지훈은 “시즌10까지 가고 싶지만 그건 제 바람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넷플릭스는 찍고 있는 작품도 ‘아니다’는 냉철한 판단이 서면, 뒤집어 엎는다”고 한 것.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만들기 원하지 않는다면, 시즌3도 장담 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주지훈은 넷플릭스의 시스템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넷플릭스는 수많은 국가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공개하기 때문에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여러가지를 염두에 두고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주지훈의 표현대로라면, “넷플릭스 ‘킹덤’은 아주 글을 잘 쓰는 드라마 작가 (김은희)와 영화를 아주 잘 찍는 감독(김성훈)이 만나서 시너지를 낸 작품”이다. 여기에 영화 퀄리티를 낼 수 있는 능력있는 제작진이 들어와 긴 시간의 서스펜스를 책임지며 신세계를 열었다.
“드라마, 영화, 넷플릭스 제작 환경이 달라요. 드라마는 생방송 시스템이라 연출 및 앵글을 고민할 시간이 적어요. 결국 그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선, 많은 이들이 고생을 해야 하는 시스템이죠. 넷플릭스는 (넉넉한)영화 스케줄에 맞춰서 (긴 분량의)드라마를 찍는다고 할까요. ”
“영화는 2시간이 넘어가면 러닝타임이 길다고 느껴져요. 그런데 우리 작품은 300분이란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영화 같은’ 6부작 환경을 만들어냈어요. 어찌보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어요. 개개인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나태해질 수 있거든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 비슷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정확하게 시간을 분할해서 만들어야 해요. ‘스파이더맨’에서 이런 말이 나오죠. ‘큰 힘엔 큰 책임이 뒤따른다’고. 그 책임을 잘 굴릴 힘이 없으면 결국 독이다는 말이죠. 이 모든 걸 책임있게 만들어주신 제작진과 감독님에게 존경을 표하고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
넷플릭스 플랫폼에는 광고가 없어서 절대 눈치 볼 게 없다. 주지훈이 장점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그는 넷플릭스가 광고회사와의 상호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창작진의 자유 역시 보장하고 있음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넷플릭스에는 광고가 없어요. 각 방송국마다 스타일이나 명확한 컬러가 있는데 여기는 없어요. 그런 것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이죠. 손익에 맞물려있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창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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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 넷플릭스 플랫폼 만의 방침 역시 창작진들이 작품에만 몰두할 수 있게 했다. 주지훈은 “수치가 공개된다면 흥행 공식에만 매달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였다.
“수치를 밝히지 않음으로 해서 답답함도 있지만 그 반대로 자유로워진다고 할까요. 그런 흥행 수치를 따르지 않아야 힘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죠. 우리는 강철이 아닌 연약한 인간이잖아요. 그래서 흔들릴 수 밖에 없어요. (수치 비공개가)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장치가 아닌가란 생각도 들어요.”
이전부터 넷플릭스 플랫폼을 선호했다고 전한 주지훈은 “넷플릭스와의 작업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특히 선입견이 무너지는 게 재미있었다”고 털어놨다.
“넷플릭스가 재미있었던 게 ‘킹덤’이 여전히 우리의 콘텐츠인데, 여타의 방송 화면으로 봤다면 거부감이 생겼을 장면도 있는데 외국으로 나간다고 하면서 관용도가 생기는 걸 보고 신기했어요. 저 같아도 그럴 것 같아요. 우리 머릿 속의 수많은 정보가 쌓여서 선입견이 됐겠죠. 공영방송에서 좀 더 센 수위의 어떤 다큐멘터리를 내 보내면, 저 같아도 ‘이래도 되나’ 란 생각이 먼저 들어 저의 관람에 방해되는 걸 느껴요. 그런데 넷플릭스에선 그런 것들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선입견이 무너지는 게 재미있었어요.”
‘신과함께’, ‘공작’, ‘암수살인’으로 2018년 스크린을 화려하게 장식한 주지훈. 이 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한결 ‘여유’가 생긴 점.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현장을 이미 즐기고 있기에 가능했다.
“20대 때랑 지금이랑 비교하면 ‘때가 많이 탔어요’ ”라며 솔직한 모습을 보이던 주지훈은 취재진의 질문에 한층 넉살 좋게 답변을 이어갔다. 긍정적인 삶의 자세와 유머감각은 이제 그에게서 없어서는 안될 매력 포인트로 자리 잡은 듯 했다.
“작가님과 감독님과 술도 한잔 하면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하나의 ‘놀이’ 이 됐어요. 그게 일로 느껴지지 않으니까 조금 더 제 마음도 편해지고 현장도 좋아지고, 긍정적인 마음이 담기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기자님들도 저에게서 뭔가를 빼 내겠다는 눈초리가 아닌, 진짜 대화를 하고 싶어하는 게 보이시니까 더 편해요.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죠. ”
2018년에 이어 2019년도 주지훈의 해가 이어질 수 있을까. 할리우드 진출에 대한 꿈도 가져 볼 만하다. 주지훈은 “할리우드는 당연히 갈 수 있다. 비행기 타고 가면 갈 수 있으니. 하하하” 라고 말문을 열더니 “한국 콘텐츠를 더욱더 열심히 만드는 것도 또 하나의 자긍심을 갖게 한다”고 소견을 전했다.
“할리우드는 정말 꿈의 무대죠. 배우로서 일종의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죠.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 우리 콘텐츠를 더욱더 열심히 만드는 것도 굉장한 파급력과 배우로서 자긍심을 갖는 일이라 생각해요. 저는 아직 진출을 못했지만 BTS(방탄소년단), (이)병헌 선배, (배)두나 누나 등 많은 배우들이 실제로 할리우드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넷플릭스를 통해서 우리나라 작품들이 나가고 있으면서 범 아시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어요. 거기서 큰 자긍심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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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