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상장을 통해 마련된 ‘실탄’이 그룹 구조개편의 촉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간담회를 열어 기업공개(IPO)를 통해 351만주를 공모한다고 밝혔다. 공모 희망가는 4만~4만4,000원으로 총 1,404억~1,544억원을 공모할 계획이다. 이달 13~14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오는 19~20일 청약에 돌입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현대오토에버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으로 지난 2000년 설립됐다. 현재 그룹 계열회사의 정보시스템 개발과 운영서비스 외에도 컨설팅, 엔지니어링 서비스, 디지털 마케팅 등을 담당하고 있다. 2018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액 1조4,249억원, 영업이익 702억원, 당기순이익 540억원의 경영성과를 올린 ‘알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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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이후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005380)그룹 국내외 각 계열사의 IT 자원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원아이티(One-IT)’ 전략을 편다는 계획이다. 김현수 현대오토에버 경영관리 상무는 이날 간담회에서 “각 계열사에 중복 투자되는 IT 인력과 비용을 줄이고 향후 인프라의 표준화와 통합화로 그룹 IT 통합 시너지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커넥티드카 서비스 플랫폼 제작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시티 사업도 추가할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의 상장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도 맞닿아 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상장을 통해 최대 884억원의 실탄을 손에 쥐게 된다. 총 공모 주식 수 351만주 중 구주매출이 316만2,420주로 90.1%를 차지하는데 이 중 201만주가 정 수석부회장의 몫이다. 투자은행(IB)업계는 정 수석부회장이 확보한 자금을 현대모비스(012330) 지분을 취득하거나 상속·증여세를 부담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를 상장 후 현대글로비스(086280)와 합병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모듈·애프터서비스(AS) 부품사업부를 분리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기아차(000270)를 지배하는 구조다. 하지만 합병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이 평가됐다는 주주들의 지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백지화된 바 있다. 이에 현대오토에버를 상장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현대글로비스의 가치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그룹이 IT 중심의 사업구조로 재편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율이 종전 19.47%에서 9.57%로 떨어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이슈로부터 좀 더 자유롭게 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에서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계열사를 사익편취 규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