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범 감독은 ‘악질경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014년 세월호 사건을 소재로 다룬 영화 ‘악질경찰’ 이 범죄드라마에서 한층 진일보한 영화를 완성시켰다. 이정범 감독을 필두로 400여명이 넘는 스태프와 배우들이 치열하게 찍은 영화이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아왔던 누군가에겐 ‘악질’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게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악질경찰’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이선균, 전소니, 박해준 및 이정범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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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은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고 범죄는 사주하는 쓰레기같은 악질경찰이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아저씨’(2010) ‘우는 남자’(2014)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정범 감독이 5년 동안 준비한 영화이다. 이 감독은 “지난 2015년 단원고를 갔을 때 충격을 잊을 수가 없었다. 수많은 언론 매체에서 다뤘던 것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라며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연출 계기를 털어놨다.
상업영화 속에서 만나는 ‘세월호’ 이야기는 충격과 새로움을 던진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상업영화에서 세월호를 소재를 가져오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후 “ 기본적으로 세월호 이야기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던 것 뿐이다. “세월호 얘기를 똑바로 잘하고 싶었다. ”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가 개봉 된 뒤 논란 역시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 감독은 “큰 각오를 갖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영화였다. 최대한 치열하고 처절하게 찍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진정성을 강조했다. 끊임없는 자기 검열을 거친 이 감독은 “ 세월호를 소재로 썼는데 상업영화로만 끝난다’, 이건 저한테 최악이었다”라고 소신을 전했다.
그는 “영화를 2편 찍은 것 같다”며 “회차를 거듭할수록, 관객들이 가져가는 긴장감과 재미를 배려해서 진정성을 죽이는 게 아닌지, 진정성에 함몰돼서 상업영화의 미덕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기 검열을 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토로했다.
‘악질경찰’은 조필호의 ‘참회’에 대한 영화이다. 강렬한 악질경찰 캐릭터는 ‘아저씨’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이정범 감독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비리경찰 혹은 현실에 타협하는 경찰이 등장했지만 ‘악질경찰’에 등장하는 조필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악질 중의 악질 조필호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누군가를 만나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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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은 조필호를 ‘동네 양아치’로 표현했다. 그는 “조필호는 직업만 경찰이지, 범죄자에 가까운 인물”이라며 “그래서 경찰이라는 직업보다는 양아치처럼, 쓰레기 같이 거칠게 나쁘게 표현하려 집중했다. ”고 연기 포인트에 대해 밝혔다.
신예 전소니는 조필호를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중요한 단서를 지닌 미나 역을 연기한다. 의도치 않게 비밀의 증거를 갖게 돼 위험에 빠진 고등학생이다. 그는 “미나는 바르지 못하고, 일탈로 인식되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다. 그 모습이 반항심이나 결핍에서 나오는 게 아닌 것처럼 보이기를 바랐다”고 캐릭터의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 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감독님과 하나씩 찾아가려고 했다” 라며 “이 아이가 살아가는 이유가 책임감의 무게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이 지닌 함의에 대해 밝혔다.
’악질어른’이라는 이름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라면, 못내 불편할 영화 ‘악질경찰’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