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첫 TV드라마 연출작으로 화제를 모은 ‘리틀 드러머걸: 감독판’이 정교한 미장센은 물론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볼거리를 자신했다.

20일 오후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박찬욱 감독의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 ‘리틀 드러머걸: 감독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리틀 드러머 걸’(감독 박찬욱)은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박찬욱 감독의 첫 TV드라마 연출작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오는 29일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 전편이 동시에 공개되며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영된 방송판과 비교하여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폭력 묘사에 대해 엄격한 BBC, 욕설과 노출에 엄격한 AMC 방송사의 심의 기준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은 방송판과는 완전히 다른 버전이다”라며 “음악과 색, 카메라 앵글 하나까지 연출 의도를 온전히 담아낸 차별화된 버전이다”고 밝혔다.

감독판과 TV판의 차이에 대해선, “꼼꼼히 보신다면 같은 게 전혀 없을 만큼 디테일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집 자체가 다른 경우도 있고 편집은 같지만 테이크가 다른 경우가 있다.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좋아하는 연기의 의견차가 있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 전했다. 무엇보다 “TV판은 방송 날짜를 맞추기 위해 후반 작업 시간이 굉장히 부족했다. 하지만 감독판은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더 세련돼 졌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은 왓챠플레이를 통해 6편이 한번에 공개된다. 박찬욱 감독은 “왓챠플레이는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제약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자, 내 작품을 가장 좋아할 사람들에게 잘 보여줄 수 있는 플랫폼이다”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플랫폼이 달라진 점에 대해, “영국에서는 에피소드 하나씩 TV로 공개했고 미국에서는 두 개씩 묶에서 공개를 했다면 왓챠플레이에서는 한꺼번에 공개된다. 요즘에는 시리즈 드라마를 몰아서 보는 시청 방식이 많지 않나. 만든 사람입장에서는 그게 더 좋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 원작을 읽고 첩보 스릴러인 동시에 로맨스라는 점에서 매료됐다고 했다. ‘리틀 드러머 걸’ 이전에도 박찬욱 감독은 한국 소설이 원작인 ‘JSA’.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올드보이’ 테레즈 라캥 소설을 기반으로 한 ‘아가씨’ 등을 선 보인바 있다.

그는 각색 과정의 주안점에 대해, “내가 처음 매료된 매력이 다른 것에 희석되지 않길 바랐다. 긴장, 총격, 추격 등 첩보물의 흔한 자극적인 요소에 묻히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소설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원작에서는 80년대 초로 돼 있는데 저는 79년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70년에서 80년대로 넘어가는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박감 독은 “유럽의 극좌파 테러 조직이 팔레스타인 조직과 연계돼 유럽에서 많은 사건을 저질렀던 시기가 70년대이기 때문에 시대를 변경했다. 그 시대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특히 미술감독(프로덕션 디자이너 마리아 듀코빅)이랑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작품은 영국, 그리스, 체코 등의 특색이 잘 담겼다. 박찬욱 감독은 “최소한의 이동으로 다양한 지역 색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지만, 다양한 유럽을 돌아다니며 찍는 로케이션은 재미있지만 어려운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우형 촬영감독 ,조우영 음악감독 등이 박찬욱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또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디 아워스’ 등에 참여한 세계적 실력의 미술감독 마리아 듀코빅이 프로덕션 디자인을 맡아 박찬욱 감독과 첫 호흡을 맞췄다. 박감독은 “촬영 감독만 한국분이었다. 물론 후반에는 조영욱 음악 감독이 함께 했지만 촬영할 때는 촬영 감독과 프로듀서만 한국분이었고 주로 영국인들이었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박 감독은 “어느 나라 사람이랑 일을 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유능한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소견을 전했다.

영화가 아닌 드라마에 도전한 박찬욱 감독. ‘리틀 드러머 걸’ 이란 작품을 하고 싶었고 그 뒤에 TV란 형식이 따라온 것임을 밝혔다. 영화 편집을 고려한 적 역시 있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영화로 편집하는 걸 생각해보지 않진 않았지만 이 이야기를 120분으로 줄이면 너무 작품이 훼손될 것 같았다. 애초에 영화로도 생각을 해봤지만 그때도 그건 아니다라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작품은 찰리가 하나의 획을 긋는 이정표가 되는 어떤 새로운 대상을 만나면서 끝난다. 즉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 회차가 끝난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마무리만큼 총 6회차의 각 회차별 에피소드 마무리가 중요했음” 역시 토로했다. 그는 “ TV는 다음 회를 보게 해야 하니까 각색할 때부터 그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룬 드라마이다. 박 감독은 “먼 나라의 일만이 아니다. 전혀 몰랐던 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인해 그들이 분단, 냉정, 전쟁 위험 등 수십년 동안 되풀이 되는 악순환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한편,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은 3월 29일 오후 왓챠플레이에서 공개된다. 방송판은 채널A를 통해 공개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