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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터지면 전국이 시끄럽게 끓어오르지만, 이내 소리 없이 식어버리는 학교폭력.
“만약 내 아이의 일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가 등장한다. 벼랑 끝에 오가는 아들, 이 모습을 목격한 부모의 슬픔. 부모는 모두가 살기 위해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서울에서 JTBC 금토드라마 ‘아름다운 세상’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박찬홍 감독과 배우 박희순, 추자현, 오만석, 조여정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름다운 세상’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생사의 벼랑 끝에 선 아들과 그 가족들이 아들의 이름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박희순과 추자현이 아들의 사고 후 불의와 맞서는 평범한 부모를, 오만석과 조여정이 돈과 권력으로 아들의 죄를 덮으려는 부모를 연기한다.
예고편만 보면 ‘인천 중학생 추락사’ 등 수많은 사건이 떠오르지만, 작품은 실제 사례를 소재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 만큼 5년여 준비과정을 되돌아보며 박찬홍 감독은 “다른 팀이 (학교폭력 소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연출자로서 자신감이 부족했다. 가벼운 소재로 드라마를 기획까지 했었으나 김지우 작가 선생이 ‘아무래도 이걸 해야겠다’는 말에 아무 말 못하고 ‘네’라고 답했다”며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는데 내가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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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부모와 가해자 부모, 상반된 입장에 선 인물들을 통해 작품은 인간의 불완전함을 다룬다. 박 감독은 “모든 인생이 NG를 내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며 뜻하지 않은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는 순간의 선택, 혹은 실수를 강조했다.
박희순은 “작게는 학교폭력, 크게 보면 타의로 희생자가 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힘을 합쳐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며 “모두가 피해자나 가해자 가족이 될 수 있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에 배우들이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읽으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각자의 감정과 느낌 표출이 다 다르게 되어 있었다”며 “그 외의 주변인들도 각자의 생각과 감정으로 표현했기에 모든 배역이 살아있었고,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에 깊이 있고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조여정은 작품의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문장으로 메시지를 설명했다. 그는 “나는 좋은 어른일까, 좋은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고민하던 차에 ‘모성’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것에 갈등하고 후회한다”며 “등장인물들은 어른이라고 매 순간 용감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약하고 무책임한 모습, 비겁한 선택을 하고 돌아서서 후회하는 모습, 잘못을 인정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 연기하는 나 역시 ‘더 나은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결국 공감과 배려로 연결된다. 박 감독은 “사건사고가 생기면 무마하려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 슬픔에 대해 사회가 애도를 나누는 것은 끝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공감이고 배려다. 그게 사회를 조금 더 부드럽고 아름답게 만드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조여정 역시 “얼마 전에 드라마를 보고 ‘삶은 참 눈이 부신거야’라며 내가 연기하는 이유를 깨달았다”며 “촬영 중에 우리 드라마를 통해서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드라마의 참 의미를 실천할 수 있는 작품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한편 학교폭력과 마주한 두 가족을 통해 서로의 상처와 아픔을 보듬어가는 과정을 그릴 JTBC ‘아름다운 세상’은 5일 밤 11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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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