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아는 이번 드라마에서 마약을 유통하는 것은 물론 성접대로 네트워크를 형성한 기획사 소속사 신인 배우 ‘최서희’ 역으로 출연했다. 최서희는 의문의 별장에서 정재계 인사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목숨을 걸고 선데이통신에 제보하게 된다. 이어 “이제 이것도 마지막”이라며 손목을 그으며 자살시도까지 하는 최서희의 모습은 연예계의 추악한 스캔들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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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연예계 상황과 꼭 맞는 현실 스토리를 담아내면서 소름을 유발했다. ‘빅이슈’가 다룬 에피소드는 성접대를 강요 받았다는 문건을 남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의 안타까운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마냥 로맨스가 아닌 현실을 반영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박신아는 “작품에 대한 애착이 컸다. 절대 가볍게 임해선 안된다는 책임감을 갖고 관련 자료를 열심히 찾아봤다”고 그간의 노력을 전했다.
“처음에 ‘빅이슈’에 캐스팅되고 나서, 기쁨도 잠시 배역이 가진 무게가 느껴져서 마음이 참 무거웠어요. 장자연 배우 사건 역시 뉴스로만 접한 게 아닌 좀 더 자세히 찾아봤어요. 특히 서희라는 인물은 누구도 헤아리기 힘든 아주 큰 고통을 겪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그 절박함을 이해하려고 했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어요.”
서희란 인물은 오랫동안 성폭력과 가학 행위에 시달리며 고통받았던 인물. 무방비 상태로 가학적인 폭력에 당해야만 했던 힘없는 신인 여배우의 고통을 누구보다 공감 있게 담아내고자 했다. 실제 폭력을 당한 이들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도서가 큰 도움이 됐다.
“폭력을 당한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를 보는 것은 물론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가정 폭력을 당하신 분들이 그 상처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은 ‘그것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란 책이 인상 깊었어요. 기억에 남는 건 ‘폭력을 당했다고 해서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점점 무섭기도 하고 조금씩 참으면서 무기력해진다고 하더라구요. 익숙해지다 보니 무기력해지고 거기에 더 수긍하게 되는거죠. 서희란 인물도 무기력하게 자기에게 주어진 폭력을 참다가 그렇게 된 인물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발견했어요.“
2화에 걸쳐 등장한 박신아는 최서희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정 연기로 극의 몰입을 높였다. 다소 무거운 촬영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난히 촬영해낸 데에는 먼저 다가와 준 선배 배우 주진모와 한예슬의 도움도 컸다.
신인 배우는 촬영 현장이 너무도 어렵고 어색했다. 꽃샘추위로 현장이 더욱 춥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게다가 눈물까지 흘리며 감정을 토해내는 신이 많았다. 박신아는 “한예슬, 주진모 선배님이 현장에서 따뜻한 커피도 챙겨주시고 춥지 않게 옷들도 챙겨주셔서 감사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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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과 주진모와 호흡을 묻자 “대본을 찍을 때마다 세세하게 챙겨 주신다”며 “같이 호흡하면서 배운 점도 많아서 닮고 싶고 멋있는 배우”라고 했다. 특히 주진모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주진모 선배님과 붙는 신이 많았는데 하나 하나 자상하게 알려주셨다”고 에피소드를 전했다.
특히, 배역이 주는 무게감에 신인 배우의 패기로만 급하게 밀어붙이는 실수를 범하자, 주진모는 “이게 중요한 신이니까, 카메라가 따라올 수 있게 천천히 해라”라고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려줬단다.
“사실 제가 긴장을 해서 그런지 마음이 급했어요. 첫 드라마 현장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거든요. 선배님이 조금 더 ‘천천히 해라’고 알려주셔서 진짜 감사했어요. 다음 작품 때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말씀 드렸어요.”
짧은 드라마 촬영을 경험하면서 박신아는 “드라마는 생존”임을 온 몸으로 체감했다고 했다. 촉박한 시간 안에서 몰입해서 효율적으로 인물을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인물의 서사를 내보이기위한 눈물 연기를 위해 몇 십명의 스태프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현장도 낯설었다. 결론은 현장에서 배우가 긴장해선 안된다는 점이었다.
“선배들이 드라마는 생존이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촉박한 시간 안에서 감정신을 제대로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긴장하는 게 있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익숙해져서 집중을 하기 쉬워졌던 것 같아요. 연기 잘하는 비법은 없지만, 현장에서 긴장하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올해 1992년생인 박신아는 2017년 단편영화로 ‘합의’로 데뷔했다. 배우 감우성, 유인영 등이 소속된 에잇디크리에이티브의 신인배우로 큰 키와 시원시원한 마스크가 매력적이며, 독립단편 ‘부고’, ‘아니’, 영화 ‘내 안의 그놈’, ‘7호실’ 등에 출연한 바 있다.
박신아는 대학교 졸업 후 연기를 시작한 늦깎이 배우다. 거창한 이유가 있었다기 보다는 뒤늦게 용기를 내서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연기 학원을 다니면서 좋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사람처럼 뛰어난 재능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한번 시작했으면 결론이 날 때까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볼매’ 볼수록 매력적인 배우인 박신아의 장점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점. 다양한 이력을 지닌 주변 사람들의 유년기를 궁금해했고,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관심과 연민도 많았다. 책을 즐겨 읽으며 세상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있었다.
‘빅이슈’ 속 서희란 역할이 다소 우울해보였다면, 실제 박신아 배우에게선 유쾌함이 묻어나왔다. 화술 역시 자연스러웠다. 그 역시 “코미디 작품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알고 보면 유쾌한 사람입니다. 많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말하며 거들었다.
3년차 배우 박신아의 꿈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배우가 되는 것” 그래서 그의 롤 모델은 성동일이었다. 성동일과 한 작품에서 만나는 날을 꿈꾸고 있단다.
신인 배우는 당찼다. 아직 ‘배우로서 행복’은 온전히 느껴보지 못했다. 연기를 하면서 ‘이 정도면 괜찮았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순간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제가 보기에 많이 부족한 게 느껴져서 배우의 행복은 못 느껴봤어요. 좀 더 배우 경험을 쌓고 난 뒤, 제 연기에 조금이나마 만족할 수 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디션에 붙을 땐 막상 행복한 데, 그 기분이 얼마 가지 못하거든요. 힘들다기 보다는 ‘괴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건가?’란 자괴감이 들거든요. 배우로서 욕심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죠.”
박신아의 첫 인터뷰는 화기애애했다. ‘빅이슈’ 드라마부터 시작해, 백진희, 박수진, 박한별과 닮은 꼴 배우라는 설에 이어 화장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 심리학과 모유(?)까지 이야기는 다방면에 걸쳐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더 좋은 연기자가 돼서 이 인터뷰를 웃으면서 회상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첫 인터뷰라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아직은 제가 시작하는 단계라 5년 혹은 10년 후에 이 인터뷰를 봤을 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요. 제가 스무살 때 썼던 일기를 다시 보는 기분일까요? 조급한 마음으로 배우 길을 가고 싶진 않아요. 그렇게 하다 보면 너무 힘들어지니까요. 장기적으로 가려면 ‘괜찮다 괜찮다’ 면서 저를 다독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성동일 선배 님처럼 희극적인 게 있는데, 웃으면서 약한 내면을 이겨내려는 게 보이는 게 좋아요. 그렇게 웃으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