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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로 수출하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위축된 중국 시장의 반등을 기다리기보다 중국 이외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3일 기아차(000270)에 따르면 중국 합작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올해 초부터 옌청 공장에서 생산하는 중국 전략형 소형 세단 페가스(PEGAS·중국명 ‘환츠’)를 이집트와 필리핀·라오스에 수출했다. 지난 1월 페가스를 이집트에 100대, 필리핀·라오스에 110대 팔았으며 지난달에도 각각 80대와 376대를 팔아 올 들어 총 963대를 이들 세 나라에 수출했다. 필리핀에는 현지 명칭인 솔루토로 수출됐다.
페가스는 2017년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됐으며 같은 해 9월 시장에 출시됐다. 기아차의 중국 전용 소형 세단인 K2보다 한 단계 아래인 엔트리 세단 모델이다. 카파 1.4 MPI 단일 엔진에 5단 수동 및 4단 자동 변속기를 맞물린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중국 젊은 세대를 겨냥했다. 출시 직후 페가스는 중국 내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에는 4만3,800여대를 판매했다. K2(8만3,286대), 스포티지R 후속(8만2,286대), K3(7만7,920대)를 이어 기아차 중 네 번째로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기아차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해외로 수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이후 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실적은 급격하게 악화됐다. 최근에는 가동률이 떨어진 옌청 1공장의 생산을 중단해 유휴 생산시설을 줄이는 한편 신형 K3 등 신규 전략 차종들을 대거 내놓으면서 활로를 찾아내고 있다. 이번 아프리카와 동남아 수출도 결국 이런 경영 효율화 제고 차원에서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중국 공장 생산 제품의 해외 수출은 지난해부터 검토해온 것”이라며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앞으로 꾸준히 신규 시장에 대한 판로를 뚫으며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기아차의 해외 수출이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 악화 때문에 시작됐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아차의 중국 사업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에서 생산한 차량의 경우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중국 내 생산 제품은 생산원가가 낮아 신규 시장 개척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서 판매하는 페가스의 출시 가격은 850만원 정도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경차인 모닝(1.0 가솔린 모델)의 최저 트림보다 100만원가량 더 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아차는 현재 동남아와 아프리키에는 생산 시설이 없다”며 “중국 공장에서 수출을 늘릴 수 있다면 중국 내 수요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동시에 신규 시장까지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