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리안 돈스젤만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총괄 책임자는 “이번 전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목적이다”며 “미술관이 밖에 있는 관객을 기다리는 게 아닌, 안에 있는 미술관이 밖으로 나가자는 발상의 전환으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우정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는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제작한 공식 체험 전시이다. 반 고흐의 삶의 여정에 직접 들어가 그의 작품을 보고, 듣고, 만져보는 등 오감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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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작품과 삶을 전 세계인과 공유한다’는 ‘반 고흐 미술관’의 사명을 실천한 이번 전시는 작품 원본을 운반하는 대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관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방법을 통해 반 고흐를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됐다. 2016년 중국, 올해 3월 스페인을 거쳐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대 반 고흐 컬렉션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반고흐미술관이 기획한 ‘뮤지엄 에디션(Museum Edition)’이다. 10년의 세월간 850점이 넘는 유화와 1200점이 넘는 소묘를 남긴 빈센트 반고흐의 작품은 자극에도 훼손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장소로 대여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일부 작품은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도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에 미술관은 발상의 전환을 감행하기에 이르렀다.
미술관의 총괄책임자인 아드리안 돈스젤만은 “반 고흐에 대한 관심은 점점 커지는데, 반고흐 미술관으로 관람객이 와야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는 한계를 타파하기 위함이었고, 그 점이 전시의 동기부여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시의 특징은 과거의 ‘반 고흐’와 현재 관람객들을 교감하게 하는 인터랙티브 체험에 있다”며 “그의 삶의 여정을 함께 걷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관람객들은 보고, 듣고, 만지는 체험을 통해 반 고흐의 인생과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고 짚었다.
‘빈세트 반 고흐를 만나다’ 전시는 반고흐가 누구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육형·체험형 전시다. 시각, 촉각, 청각을 모두 동원해 작가의 예술과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원화가 아니라는 아쉬움보단 또 다른 의미의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의 인증을 받은 ‘반 고흐 미술관 에디션’ (3차원(3D) 프린터 기술로 인쇄)중 8점의 작품을 직접 보고 만지며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지적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아드리안 돈스젤만은 “기존 원화 전시가 일방적인 한 방향에서 느낄 수 있는 전시라면, 이번 전시는 영상은 물론 터치를 통한 감촉 등을 통해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동을 인터랙티브 한 감정으로 느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핵심 포인트는 작품이 포커스가 아닌 아티스트가 포커스란 점. 돈스젤만은 “고흐의 작품이 아닌 고흐는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전시이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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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감상과는 다른 콘셉트라 볼 수 있다. 원화 뮤지엄은 작품 자체가 포커스 이다. 반면 이번 체험 전시는 고흐 자체가 포커스이다. 콘셉트 적인 것에서 다른 차이가 있다. 전시의 목적이 다른 점에서 시작 됐기 때문에 그 의미를 알고 봐주셨으면 한다. 저 역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서 느꼈던 감동과는 다른 감동을 느껴 새롭게 다가온 전시였다.”
전시장 그림 앞에는 ‘Please do touch(만져 보세요)’라고 적힌 이례적인 안내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결과 관객들은 고흐의 그림을 눈으로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두툼한 재질감을 손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돈스젤만은 ”새로운 뭔가를 보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굉장히 만지고 싶어하는 게 본능이다“ 며 ”고흐는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화가로 유명한 만큼 관객들이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그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감상 및 체험하도록 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가 썼던 수백 통의 편지를 성우가 직접 녹음한 오디오 가이드를 전시의 필수 요소로 구성해 관람객 모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반 고흐의 스토리텔링을 경험할 수 있게 해 ‘반 고흐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로 전시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높인다.
오디오 가이드가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가 된 이유에 대해선, 시각, 청각, 촉감 등 체험 전시의 일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시 설명판에 관람객들이 우르르 몰려 있어서 관람 동선이 엉키는 점 역시 세심히 관찰한 결과이다. 돈스젤만은 “호불호가 갈릴 순 있지만 이점이 더 많다고 본다.” 며 “오디오 가이드의 일방적인 스케줄에 따라 가지 않고, 지정된 적정한 곳에서 플레이가 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기술적으로 나름 고심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체험 전시는 고고한 미술관의 문턱을 낮췄다. 가족 관객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반 고흐의 대표작인 ‘반 고흐의 방’을 실제크기로 재현해 반 고흐의 침대에 누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마련했고 그가 생전에 거닐었던 카페와 마을, 집 등을 직접 돌아볼 수 있도록 고안해 눈길을 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가장 최근 경매됐던 반 고흐 작품의 낙찰을 선언하는 망치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심사를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이다.
돈스젤만은 “8살부터 80살까지, 어린 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관객 모두가 한 섹션 이상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전 연령대를 위한 전시이다”고 전했다.
한편,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는 오는 8월 25일까지 우정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