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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中입찰 전면 허용…1만 韓부품사 비상

"중국 생산차종에 中 부품 써라"
현지 당국 노골적 압박에 개방
동반진출 협력사들 설곳 잃어

현대기아차, 中입찰 전면 허용…1만 韓부품사 비상

현대·기아자동차가 중국 현지생산 차종의 모든 부품 공급망을 중국 부품 업체들에도 오픈한다. 기존에는 파워트레인 등 핵심부품에 대해서는 중국 부품 업체들의 입찰을 제한해왔다. 중국 부품 업체들의 기술 수준과 품질이 빠르게 올라온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부품 사용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공급망이 열리며 동반 진출한 1차 밴드 130여개사에 이어 2, 3차 밴드 1만여개 부품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아차는 지난달 25일 1·4분기 실적발표 현장에서 “(중국 업체의 참여 확대가) 로컬 업체의 기술력 향상에 기인한 것이고 현지 업체 비품의 비중을 상향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자동차 업계와 중국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차(005380)와 기아차는 올해부터 중국 생산 차종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에 대해 현지 업체가 입찰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 계획이다. 기아차는 올해부터 부품공급망을 100% 열고 현대차는 품질이 요구 수준을 넘으면 중국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부품 업체에 입찰을 개방한다.

현대·기아차의 부품 공급망 개방은 중국 내 합작사의 요구도 있지만 중국 부품 업체들의 기술과 품질 수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지난 2016년 114만대를 판매했던 중국 시장은 지난해 79만대까지 판매량이 추락했다. 판매량 감소로 수익성도 악화되며 합작사는 물론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도 같은 품질 조건이라면 중국 내 부품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부품 사용 확대는 현지에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사들을 줄도산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현대차와 함께 진출한 국내 유명 시트부품 업체는 사업장 매각과 청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충칭공장을 따라간 부품 업체들의 공장은 이미 절반 이상이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큰 결함이 나면 브랜드 이미지에 직격탄을 맞는데도 중국 부품 업체에 문을 활짝 열었다”며 “현대·기아차는 진출 초기부터 주요 부품 업체들을 오랫동안 검증했고 품질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中 품질 韓의 95%·공급가 20% 싸...설곳 없는 동반진출 협력사

[현대기아차, 中 부품사 입찰 전면 허용]

中 자국부품 쓴 자율차 등 내놓고 기술 과시


판매 급감한 현대차도 현지 조달로 원가절감

경쟁서 밀리는 한국업체 줄줄이 철수 불보듯



현대기아차, 中입찰 전면 허용…1만 韓부품사 비상
한국의 중견 자동차부품 회사가 중국 광저우에 세운 공장에서 현지 직원들이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기아차, 中입찰 전면 허용…1만 韓부품사 비상

현대기아차, 中입찰 전면 허용…1만 韓부품사 비상

지난 2002년 현대차 베이징 1공장 가동에 앞서 동반 진출한 중견 자동차부품 회사인 D사는 중국 내 5개 사업장 중 한 곳의 청산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내 사업장 청산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을 시도했지만 1년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D사의 생산품목인 차량용 시트는 이미 중국 현지 부품 업체도 수익성이 낮아 손을 떼고 있다. 중국 부품 기업들이 파워트레인(동력장치)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만드는가 하면 자율주행에 들어가는 첨단장치들도 자체 기술로 만드는 상황에서 D사의 사업장은 하청의 하청에서도 만들 수 있는 저수익 생산공장일 뿐이다. 류쉬에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교수는 “중국 부품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해외 중소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인수합병(M&A)되거나 중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가 올해부터 중국 내 생산라인에 중국 부품 업체들이 모든 부품을 입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중국 로컬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합작사인 베이징기차의 중국산 부품 사용 요구에도 버틸 수 있는 명분이 품질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일부 중국 부품 업체들은 국내 1차 밴드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경쟁력은 한국의 90%, 품질은 한국의 8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비공식 조사로는 품질 수준이 90~95%까지 올라왔다. 일부 업체의 경우 국내 10위권 부품 업체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면서도 공급가격은 우리 부품 업체들보다 20% 이상 낮춰 제시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90%, 95% 이런 수치는 우리나라 부품 업체들 평균과 중국 업체들 평균을 말하는 것”이라며 “이미 중국 선두 업체의 기술력은 한국 기업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현지 합작사들의 자국 부품을 사용하라는 요구에 현대·기아차는 버틸 재간이 없다.

합작사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중국 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현대·기아차로서도 로컬 부품 사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2016년 179만대를 판매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인 지난해에는 판매량이 116만대까지 추락했다. 현지 공장의 가동률이 급락하며 실적 부담이 커진 상태다.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을, 기아차는 옌청 1공장의 문을 닫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중국 시장의 부진으로 한때 10%를 넘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2.5%, 기아차는 2.1%까지 하락하며 합작사보다 이익개선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압박 목소리가 더 높다. 현지 관계자는 “검증된 중국 부품을 대거 채용해 원가경쟁력을 개선하려는 것이 입찰 확대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특히 지난달 25일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개선해 오는 2022년에는 영업이익률을 5%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는 올해부터 현지 생산 차종에 대해 100% 중국 업체의 참여를 허용하겠다는 것이고 현대차는 품질이 검증된 업체면 현지에서 국적에 관계없이 모두 입찰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와 동반 진출을 한 국내 부품사들은 D사처럼 사업장을 청산하거나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산 부품을 늘리면 현지 진출 업체들은 중국 완성차나 글로벌 업체에 납품을 해야 하지만 이미 중국 내 부품사업 진입장벽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세계 30위권 부품사인 만도마저 현지 사업이 축소되며 어닝쇼크를 기록할 정도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중국 부품 업체들이 자율주행·전기차 등 미래차 기술력을 대거 끌어올린 결과다. 2016년 JD파워의 신차품질지수에서 중국 현지 업체 3개가 이미 10위 안에 진입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자동차 제조원가에서 전자장비부품 비중은 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부품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아래 바이두와 같이 세계 선두권의 자율주행 기술력을 가진 거대 기업과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 감소로 완성차에 의존해 동반 진출한 한국 부품사들의 수익성은 연구개발(R&D) 비용도 충당하지 못할 정도로 악화됐다는 점이다. 국내 차 부품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6년 3.5%에서 지난해 1.8%로 하락했다. IBK경제연구소는 국내 부품사들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을 0.98%(2016년 기준)로 추산했다. 1만원을 벌면 100원도 R&D에 쓰지 못하는 처지인 것이다. 현지 진출한 한 중소부품 업체 대표는 “현지 사업이 안 좋아지면 국내 본사도 휘청이는 구조”라며 “새로운 수요처를 찾고 있지만 품질은 물론 원가마저 현지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베이징현대의 1차 밴드는 145여개, 공장은 390여개로 추산된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현지 로컬 업체의 부품 비율을 높여 원가절감을 해 수익성이 높아지는 반면 (진출한) 부품 업체들은 경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기아차가 현지 업체에 입찰제한을 푼 올해를 기점으로 이들 업체가 한계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본부장은 “분명한 점은 중국 정부가 지원하고 현지 업체가 노력해 기술력이 올랐고 현대·기아차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경쟁을 해서 이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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