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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녹두꽃’(극본 정현민/연출 신경수 김승호)은 민중역사극이다. 125년 전 이 땅을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더 높은 감정 이입을 유발한다는 반응. 특히 서로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녹두꽃’ 속 가족의 존재는 125년을 뛰어넘어 지금의 시청자들도 공감하며 집중하게 만든다. 때로는 울분을, 때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며 극에 몰입하게 하는 것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특별할 수 밖에 없는 ‘녹두꽃’ 속 여러 가족. 그 중에서도 부모-자식의 관계는 여러 가지 감정을 유발하며 시청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이쯤에서 ‘녹두꽃’ 속 여러 부모의 유형을 살펴보자. 말 그대로 이런 부모, 저런 부모가 다 있다.
◆ “저런 것도 아버지라고..” 두 아들을 사지로 내모는 아버지 백가(박혁권 분)
극중 백가는 백이강(조정석 분), 백이현(윤시윤 분) 이복형제의 아버지다. 그는 탐욕 때문에 두 아들을 파란만장한 운명 소용돌이에 집어 던졌다. 큰 아들이지만 얼자인 이강에게는 살인을 시키고, 자신의 뒤를 이어 이방이 되라고 했다. 하지만 이강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백가는 이강을 돌려세우기 위해 계략을 세웠고, 이는 돌고 돌아 이강에게 살인자라는 낙인으로 돌아왔다.
반면 본처 소생인 둘째 아들 이현에게는 신분에 대한 자신의 탐욕을 투영시킨다. 이현을 양반과 혼인시키기 위해 협박과 폭력도 서슴지 않은 것. 그러나 이는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이현이 군에 징집된 것. 아버지답지 못한 아버지 때문에 두 아들 인생이 무너졌다. 그런 아버지도 아버지라고 살리려고 온몸을 내던진 이강-이현 형제에게 안타까움의 반응이 쏟아진 이유이다.
◆ “오로지 아들 생각뿐인 어머니” 깊은 모정의 어머니 유월(서영희 분)
극중 몸종이었던 유월은 주인의 남편인 백가에게 겁탈 당해 아들 이강을 낳았다. 아들을 빼앗겼던 유월은 백가의 본처가 아들 이현을 낳자 안채에서 쫓겨난 아들 이강을 품에 안았다. 이후 아들이 이강이라는 이름 대신 ‘거시기’로 불리며 악랄한 삶을 사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강이 귀천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달라”며 매일 밤 빌고 또 빌었다. 아들을 위해.
서로의 생사를 모른 채 애타는 마음으로 산속을 헤매던 유월 이강 모자. 두 사람이 눈물로 재회한 장면은 안방극장 시청자의 눈물샘도 터뜨렸다. 이후 이강이 희망을 찾아 길을 떠났을 때, 아들의 뜻을 묵묵히 지켜주는 엄마 유월의 마음은 애끓는 모정을 보여줬다.
이외에도 금지옥엽 딸 송자인(한예리 분)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아버지 송봉길(박지일 분),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는 어머니 채씨(황영희 분) 등. ‘녹두꽃’에는 말 그대로 이런 부모, 저런 부모가 다 있다. 이는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렇기에 더 감정을 이입하며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SBS 금토드라마 ‘녹두꽃’ 9~10회는 오늘(10일) 금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