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이 자신의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MBC ‘PD수첩’ 측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리면서 반격에 나섰다.
29일 김 원장의 홈페이지 ‘아이러브마인드’ 대문에는 ‘피디수첩 막무가내 취재 5/27일 방송’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PD수첩’ 취재진으로 보이는 남성 2명과 간호사로 보이는 여성 1명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담겨있다.
여성이 “카메라 좀 꺼달라”라고 요구하자 취재진 일행은 “원장님과 약속했는데 문자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전화도 안 받고”라고 답한다.
이후 이 영상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여성이 “약속 취소했는데 약속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문자로 취소했으면 그건 약속을 잡은 게 아니다”며 “(취재진이) 순서도 안 지키고 원장실 문을 두드리고 굉장히 무례한 사람들이다”고 상황을 설명한다.
김 원장 홈페이지에는 이 영상과 함께 ‘BEHIND 2019.05.28. PM 11:50’과 ‘PD SUCKUP’이라는 문구가 걸려있는 상태다. 해당 숫자는 ‘PD수첩’ 방송시간을 의미한다.
|
한편 MBC PD수첩은 28일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 편‘을 통해 지난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이후 유명세를 탄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들에게 ‘그루밍(Grooming·성적 길들이기)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그는 상습적으로 직원과 환자를 성희롱하고, 환자 진료 내용을 발설해왔다. 병원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매사에 하는 말들이 음담패설”이라며 “저한테 시계 같은 것을 보여 주면서, 자기의 성기가 이렇게 굵고 크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 역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신뢰를 쌓은 후 행하는 성적 가해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신과 환자는 자신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를 가장 이상적으로 느끼는 ‘전이감정’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정신과 의사가 이런 전이감정을 악용한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는 우월한 위치에 있는 정신과 의사가 이런 점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사와 환자와의 성접촉을 성범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환자 A씨는 “김 전문의가 갑작스레 제의한 일본 여행을 따라갔다가 성폭력을 당했고, 그 이후로 여러 차례 성관계 제안을 거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환자 B씨는 “자신이 김 전문의에게 호감을 표시하자, 그가 바로 성관계를 제안했고, 자신은 거부하지 못하고 치료 기간 중에도 다섯 차례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 전문의는 PD수첩 제작진에 “성폭행을 한 것이 아니라 당했다”는 취지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김현철 원장은 고발한 두 명의 여성 환자를 지칭하면서 “달라붙은 건 두 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제작진은 만나자는 약속에 김현철 원장이 답이 없자 그를 기다렸고, 주차장에서 마주쳤다. 김현철 원장은 “쌍방 녹음을 합시다. 왜냐하면 편파적으로 할까 봐”라고 걱정하면서도 인터뷰에 응했다.
진료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김현철 원장은 “성관계는 합의에 의해 할 수도 있고, 비합의하에 할 수도 있다”면서 “여자분이 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성폭행으로 고소한 여성 환자를 언급하면서 “본인이 맨날 마지막으로 예약한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제가 퇴근을 해야 하는데”면서 “그분은 뭔가 일을 낼 거 같은 분위기였고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말을 하면서 김현철 원장은 책상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
한 환자와의 성관계가 5회인데 모두 원치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냐는 제작진의 질문에는 “진짜 당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제작진에 “조사 때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했다.
한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는 김 전문의를 불러 사안을 조사했고, 지난해 3월 말 학회 설립 이래 최초로 회원을 제명했다.
김 전문의가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 전문의는 과거 배우 유아인의 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를 분석해 그가 정신 질환의 일종인 ‘급성 경조증’을 앓고 있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가 의료인 윤리규정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