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마이요 감독은 ”우리 ‘신데렐라’에는 황금마차도, 벽난로도 없고 못생긴 자매들도 안 나온다“ 며 ” 월트 디즈니에서 볼 법한 이야기와 거리가 먼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엔 불편한 유리구두가 없다. 호박마차도 없고, 못된 계모와 언니들도 없다. 우리의 고정관념을 부수고 성숙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발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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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데렐라’ 공연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실에 다가가는 것“이다.
마이요는 ”월트디즈니의 동화에서 볼 수 있는 신데렐라와 거리가 먼 현실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신데렐라를 보여주고 싶다. 동화 신데렐라에서 현실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표현해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핵심 포인트에 대해 설명했다.
무용수는 맨발에 금가루를 묻힌 채 춤을 추며 장식 없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채 무대에 등장한다. 왕자 역시 신데렐라의 발에 가장 먼저 주목한다. 왕자가 무도회 이후 신데렐라를 다시 찾는 단서 역시 금가루를 묻힌 신데렐라의 ‘반짝반짝한 맨발’이다.
”사실 고전무용을 한 사람들이 맨발로 안무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옷을 벗고 춤을 추는 거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저는 우리 발레단 무용수들에게 늘 청중에게 옷(가식) 벗은 모습을 보여주라고 한다. 감추지 말고 감정을 보여주라는 뜻이에요. “
이렇게 신데렐라의 발은 격식을 벗어던지고 자유와 소박함 그리고 본질을 상징한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안무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는 수동적인 신데렐라가 아닌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맨발은 마법과 같고 간단명료한 메시지다. 결국 왕자도 신데렐라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사랑에 빠지듯, 사랑은 정말 단순한 것이다.“
동화 속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거나 나오지 않던 신데렐라의 부모가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작품 ‘신데렐라’에서는 주역과 맞먹는 비중으로 등장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정은 바로 죽은 신데렐라 엄마의 화신이다. 그것도 근육질에 속살이 훤히 보이는 금빛 타이츠 차림의 관능적인 여성 캐릭터다. 요정은 자신의 딸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며 방해물을 제거하는 등 신데렐라에게 현실을 직시하고 지혜로움을 갖추도록 돕는다. 또한 첫사랑인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요정 그리고 신데렐라의 왕자가 각각 춤을 추는 장면은 ‘신데렐라’에서 잊지 못할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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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아버지 역할을 맡은 수석무용수 안재용은 이번 작품으로 한국무대에 처음 선다.
2016년 몬테카를로에 입단하여 군무(코르드발레)로 시작한 안재용은 입단 첫해부터 주요 배역들을 잇달아 연기한 뒤 2017년에는 세컨드 솔로이스트로 승급하였다. 이후 마이요 감독의 신뢰로 1년만에 두 단계를 승급하여 수석무용수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처음 수석무용수가 됐을 때는 기쁨보다는 책임감은 물론 중압감을 먼저 느꼈다”고 털어놨다.
금의환향한 소감을 묻자 안재용은 ”한국 관객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첫 (대구)공연에 임했다. 설렘과 떨림이 공존하는 무대였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서울, 대전 공연에서도 제가 느낀 공연의 감정을 잘 전달해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다.
안재용은 어릴 적 국립발레단이 선보인 장 크리스토포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고 무용수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마이요 감독은 그에 대해 “3년 만에 수석무용수가 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안재용은 발레단 오디션을 보러 오면서 비행기 편도 티켓을 끊고 왔다. 발레를 늦게 시작했는데도 열정과 희망이 대단했다. ”며 극찬했다.
한편, 몬테카를로발레단은 오는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19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