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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박 8일 북유럽 3개국 순방 과정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속한 만남을 촉구하는 등 멈춰선 한반도 대화판 흔들기를 수차례 시도한 후 16일 귀국했지만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게다가 화웨이 갈등으로 대변되는 미중 전쟁과 풀릴 기미가 안 보이는 한일 관계까지 난제로 작용하면서 외교 해법 찾기가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오는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날 것으로 예상되고 그 직후에는 한국을 찾아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에 임해야 한다. 꼬일 대로 꼬인 외교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해법 찾기에 실패할 경우 한국 외교가 악화일로로 떠밀릴 것으로 우려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6월 내 4차 남북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문 대통령이 지난 4월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북한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공개 제안한 후 두 달이 넘도록 북한은 침묵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순방 중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도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실질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며 김 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 친서를 보내고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편에 고(故)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해 세간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에 일각에서는 6월 중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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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6월 일정상 현실적으로 이달 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이 더 우세한 상황이다. 또 4월 김 위원장의 ‘오지랖 넓은 중재자’ 발언 이후 북한이 대화에 나설 만큼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6월 불발론’에 힘을 싣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요구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문 대통령도 스웨덴 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했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원하는 바를 얻기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전향적인 입장을 요구 받을 수 있으니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성사가 힘들다면 북미 실무회담, 남북 고위급 회담 등 실무회담을 통해 비핵화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6월 중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만큼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큰 성과를 낙관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비핵화 의제를 조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비핵화 논의가 남북→한미→북미정상회담 순으로 이어져 온 만큼 남북이 의견을 교환하고 이를 두고 한미 정상이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 탓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보다 오히려 화웨이 제재 및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 혹은 방위비 분담 등 우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논의가 주를 이룰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경색된 한일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건이다. G20 정상회의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한일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개별 정상회담 형식이 아닌 약식 회담으로 진행하는 방식도 거론되지만 아예 불발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6월 말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핵심 의제에 한미일 안보협력을 비롯한 한일 관계 개선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아베 총리에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한 대화를 제의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이에 응하면 대화로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고 만일 거절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대화 제의를 일본이 거부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