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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이 그룹에 이어) K팝 걸 그룹이 대세가 됐으면 좋겠어요. 블랙핑크는 미국에서 존재감이 더 커질 것 같고, 있지(ITZY)도 응원하는 그룹입니다. 한국 음악 중 다른 서브 장르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 같아요. 올해 처음으로 인터뷰한 여성 듀오 ‘볼빨간 사춘기’ 음악도 감동적이었죠. 이런 그룹들도 더 많은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난 제프 벤자민(30)은 K팝 칼럼니스트답게 K팝 가수들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고 큰 애정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2019 문화소통포럼(CCF)’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다섯 번째로 방문했다. CCF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문화체육관광부·해외문화홍보원·외교부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 2010년부터 매년 7~8월에 열리고 있다.
벤자민은 한국인들에게는 낯설지만 해외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름이다. 지난 2011년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의 인턴 기자로 시작해 빌보드 최초의 K팝 칼럼니스트가 됐다. 싸이와 방탄소년단(BTS)을 세계 무대에 알린 일등공신이자 CNN 등 현지 방송이 K팝을 소개할 때 항상 스튜디오로 청하는 인물이다. 현재도 빌보드, 롤링스톤스 같은 음악 전문지에 K팝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벤자민이 K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8~2009년 유튜브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무렵부터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음악이나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는데 당시에는 생소했던 K팝을 주변에 소개하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팝을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K팝 팬들이 단순히 뮤직비디오만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며 “빌보드도 더 깊고 분석적인 기사를 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어로 부르는 노래가 전폭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한국어 가사는 제약이 되지 않고 오히려 다른 언어에 비해 듣기 좋은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음이 짧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K팝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골고루 담고 있으며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K팝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자민은 더 나아가 “K팝은 하나의 장르를 넘어서 새로운 신(scene·영역)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K팝 안에는 팝·힙합·랩 장르가 있고, 화려한 고음부터 속삭이는 것까지 다양한 요소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K팝의 문제점은 없을까. 그는 “K팝 아티스트들의 트레이닝 시스템은 엄격하다”며 “결과는 좋지만 너무 엄격한 나머지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정형화된 형식이 있는 거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K팝 가수들과 인터뷰할 때 아무런 의미 없는, 비어있는 대답을 들을 때 답답하다”며 “K팝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고, 회사도 아티스트를 사유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K팝 가수들이 해외 TV쇼에 나와서 현지 성향에 맞추기보다는 한국에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가 보는 K팝의 미래는 긍정적인 면이 훨씬 더 크다. 그는 “세계에서 K팝 관련 앨범 판매량이 매년 늘고, CJ그룹이 주최하는 한류 페스티벌인 K콘 규모도 매년 성장하고 있다”며 “K팝도 산업인만큼 이러한 수치들이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