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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애플 디자인의 영감의 원천이자, 나의 롤모델”이라고 밝혔으며, 무인양품의 후카사와 나오토가 “이보다 더 완벽한 디자인은 없을 것”이라며 극찬을 쏟아낸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 빈티지 컬렉터들의 워너비 1순위이자, 50여년 간 ‘브라운’과 ‘비초에’에서의 작업을 통해 20세기 산업디자인에서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독보적이며 눈부신 족적을 남긴 그가 영화 <디터 람스>로 디자이너의 사명과 함께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그의 디자인 철학을 이야기한다.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라는 김재욱의 질문으로 시작되는 예고편에서 디터 람스는 답한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디자인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디자인의 역사를 바꾼 그의 작품들이 등장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터 람스’라는 이름은 몰라도 한번쯤은 봤을법한 제품들이다. 디자인의 역사를 바꾸었다고 평가 받는 라디오-오디오 포노슈퍼 SK 4(1956년 한스 구겔로트, 디터 람스 디자인), 디터 람스 자신조차 “최초의 워크맨이라고 부르고 싶다”며 자부심을 보이던 포노 콤비네이션 TP 1(1959년 디터 람스 디자인), 그리고 후카사와 나오토가 “이보다 완벽한 건 없을 것”이라 극찬한 포켓리시버 T 3(1958년 디터 람스 디자인)까지 다양한 제품들의 향연과 함께 카카오 공동대표이자 매거진 발행인인 조수용 대표와 디자인하우스 이영혜 대표의 디터 람스에 대한 존경과 찬사가 이어지고 나면 “세상과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메시지들이 등장한다.
‘적지만 더 나은’ 디자인과 삶에 대해 이야기했던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대표하는 메시지인 “Less, but Better”와 함께 “디자인은 인류를 위해 무언가를 이루려고 할 때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재능보다 더욱 중요했던 ‘무엇을 위해?’ 라는 가치의 영역에서 아직까지도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을 쏟아내며 포기도 양보도 없는 디터 람스. 자신의 집 정원에 놓인 녹이 낀 작은 불상을 보며 “이거 좋지 않아요?”라며 미소 짓는 그의 모습에서는 또 다른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영화 <디터 람스>는 단지 전설적 존재인 디터 람스의 위대한 업적만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으며, 디터 람스가 정리한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디자인이 현대 사회에,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쳐왔는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 지 질문하고 고민한다. 디터 람스의 철학은 디자인 그 이상의 것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삶의 태도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1932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태어난 디터 람스는 2차 대전이 끝나가던 시기에 유년기를 보내며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을 다시 재건하는 일에 자신의 꿈과 열정을 바쳤다.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에 사로잡혔으며, 아름다운 디자인보다는 인간의 삶을 위한 보다 나은 것을 제공하길 원했던 그의 철학은 “Less, but better”로 대표되며 “적지만 더 나은” 것들로 둘러싸인 세상과 삶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왔다. 그의 단순하고 미니멀리즘적인 디자인과 철학은 한때 외면당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이 과잉이 되고 쉽게 버려지는 지금의 세상에서 그의 디자인과 철학은 그 어느 때보다 주목 받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게리 허스트윗 감독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2007년 감독 데뷔작
아름다움이 아닌 인간을 향한 디자인. 세상과 인류를 위한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시대의 거장, 디터 람스. 그가 인류에게 전하는 메세지 “Less, but better”와 함께 영화 <디터 람스>는 8월 22일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김주원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