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혁이 그리는 권력 지향적 악역 오영석의 섬뜩함에 그간 선보인 악역 캐릭터가 다시금 떠오르고 있는 것. ‘비밀의 숲’ 서동재, ‘신과 함께’ 박중위 그리고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까지 품격이 다른 이준혁표 악역의 진화를 살펴본다.
# ‘비밀의 숲’ 서동재
검찰 내부 비밀을 파헤치는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연출 안길호, 극본 이수연)에서 이준혁은 열등감과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비리검사 서동재를 리얼하게 그렸다. 이준혁의 서동재는 권력과 재력 어디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순식간에 그편에 서고 무릎도 서슴없이 꿇었다.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서동재는 이준혁을 통해 얄미우면서도 한 켠으로는 짠하고 이해가 되는 현실적인 악역이자 생존형 악역으로 사랑받았다. ‘인간 박쥐’, ‘얄밉재’ 등 애칭까지 얻으며 끝에는 시청자의 연민을 얻기도 했다.
# ‘신과 함께’ 박중위
각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과 ‘신과 함께- 인과 연’(감독 김용화)에서 이준혁은 박중위 역을 맡았다. 박중위는 야간 경계 근무를 서던 수홍(김동욱 분)과 원일병(도경수 분) 사이 실수로 일어난 총기 사고로 수홍이 사망하자 이를 탈영으로 처리하고 죽음을 은폐하는 인물이다. 이준혁은 처음부터 악역으로 나타난 인물이 아닌 ‘선’에 가까웠던 인물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악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망을 은폐하기로 한 후 불안함에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고 죄책감을 감추려 악에 가까워지는 박중위의 모습을 이준혁은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조성하며 관객을 함께 불안에 떨게 함은 물론 자신도 모르게 숨겨져 있던 악의 본능을 스스로 키우는 박중위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게 하기도 했다. 선에서 악으로 변화하는 박중위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며 입체감 있게 완성한 이준혁의 악역 열연에 큰 호평이 이어졌다.
# ‘60일, 지정생존자’ 오영석
tvN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은 국가 테러를 모의하고 계획적으로 살아남은 테러 조직의 ‘지정생존자’로 이준혁표 악역의 끝판왕이다. 백령 해전 승전 주역이라는 타이틀 속 전우를 잃은 슬픔으로 국가에 대한 원망을 키워 온 인물이라는 설정을 지닌 인물인 만큼 이준혁은 극 초반 선악을 구분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들로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극이 전개될수록 이준혁은 섬뜩한 악인의 아우라를 자아내며 악인에게 ‘권력’이 더해졌을 때 일어나는 예측 불가한 반전 전개를 이끌고 있다. 국민 앞에서는 정직하고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지만 그 뒤에서는 테러 배후의 중심에 선 오영석의 이면적인 얼굴이 이준혁의 다채로운 열연으로 완성되며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눈빛만으로도 상대를 압박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차가운 목소리 그리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시청자를 소름 돋게 하며 완벽한 오영석 그 자체라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이준혁표 악역은 진화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짠한 악역부터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 악인이 된 인물에서 국가적 테러를 도모한 섬뜩한 악역까지 악역의 진화를 보여주는 이준혁의 열연이 악역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김주희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