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066570)의 3·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는 점뿐만 아니라 ‘상고하저’ 흐름을 보였던 패턴을 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LG전자가 경쟁력을 가진 TV 판매 증가와 생활가전(H&A) 사업부의 꾸준한 실적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모두 증가세로 이끌었다. 3·4분기 실적 선방으로 3년 연속 매출액 60조원 돌파 목표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실적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의 3·4분기 실적은 TV 판매가 회복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TV 사업을 맡고 있는 HE사업본부의 지난 2·4분기 영업이익은 2,056억원으로 2·4분기 기준으로 적자를 기록했던 2015년 이후 가장 저조했다. 하지만 3·4분기에는 TV 판매 확대로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2,000억원 중반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8K TV를 놓고 다툰 것이 TV 판매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8K TV 판매 전쟁은 다음달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쇼핑시즌을 맞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新)가전을 중심으로 LG전자의 깜짝 매출을 이끌어 온 H&A 사업본부는 3·4분기에도 실망을 주지 않았다. H&A 사업본부는 매년 에어컨 성수기인 2·4분기에 실적이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올해도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전 분기에 비해서는 못하지만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H&A 사업본부는 3·4분기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매출액이 5조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여기다 환율효과도 긍정적이다. 유진투자증권은 “LG전자의 가전사업은 에어컨의 계절적 수요 감소와 건조기 이슈에도 불구하고 성장세가 유지되면서 지난해 상승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우려했던 건조기 무상수리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지만 가전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업 부문별 구체적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H&A가 사상 처음으로 3·4분기에 5조원대 매출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기청정기·건조기·의류관리기(스타일러) 등 신가전 판매 호조에 냉장고·세탁기 등이 북미 등 해외에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연결 실적에 반영되는 LG이노텍도 애플향 물량 증가로 실적이 증가해 1,500억~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1,297억원) 대비 개선됐다. 아울러 전분기에 공장 이전으로 대규모 일회성 손실이 발생한 스마트폰(MC) 사업본부의 적자폭이 줄면서 전반적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 전장(VS) 사업본부는 전분기와 비슷한 수백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LG전자의 3·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2017년 역대 최대인 매출액 61조3,963억원을 기록하는 등 2년 연속 매출 60조원을 돌파했다. LG전자의 올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46조2,43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3년 연속 60조원 돌파는 물론 사상 최대 매출 경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업이익도 3·4분기 누적 기준 2조3,340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2조 7,032억원)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계절적 비수기인 4·4분기에는 영업이익은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LG전자의 내년 반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교보증권은 “MC사업은 베트남으로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고정비 절감과 5세대(5G) 스마트폰 시장의 선점으로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면서 “HE사업은 가격경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확대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가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