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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공감하면서 위로 받았으면...”

영화 ‘버티고’서 주인공 서영 역

  • 정다훈 기자
  • 2019-11-04 20:03:35
  • 영화
영화 ’버티고’에선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사를 들을 수 있다. 이 대사는 한참 자신감이 떨어져 있던 배우 천우희에게 ‘연기적인 의욕’을 일으켜 세워주게 되고, 결국 영화 ‘버티고’ 출연을 수락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게 된다.

천우희는 17일 개봉한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에서 일과 사랑, 현실이 위태로운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천우희는 ”서영이란 인물이 아주 큰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 같은 느낌이었다. 혼자만 고립됐고 불안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들을 어떻게
[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공감하면서 위로 받았으면...”

하면 영화적으로, 또 감각적인 설정을 맞춰 구현할 수 있을지 준비하고 해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대사를 보고 나서 어떤 완성도를 가져오든, 흥행하든 안 하든 이 작품을 하면서 의욕을 되찾을 수 있겠다 싶었다. 최선을 다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고 털어놨다.

서영이란 인물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직장에서도 힘겨워한다. 누군가는 ‘왜 저렇게까지 힘겨워할까?’라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천우희는 “서영은 사람과의 관계가 숙련되지 못한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란 책도 나오기도 했는데, 사실 사회에선 뭔가 주체적이고 긍정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주입을 한다. 그런 사회안에서 서영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자신이 인내하했다. 즉 자기 중심이 아니라 가족, 연인,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우선시해 결국 자기 자신이 뒤로 밀렸다. 시나리오를 봤을 땐 저도 왜 이렇게 참아야 하나 싶어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해도 됐다. 우리 주변에도 뭐든 수월하게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것 자체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서로 다른 이들과 살아가면서 잘 지내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지 않나. 서영은 후자에 가깝다. ”

[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공감하면서 위로 받았으면...”
사진=트리플픽쳐스

‘버티고’는 일, 사랑, 가족 등 모든 것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울림과 위로를 전하는 감성 드라마에 가깝다. 천우희는 ”서영과 관계된 것들이 줄을 하나씩 달고 있는 느낌이었다. 연인, 가족, 사회생활 등 줄이 이어져 있는데 그것들이 영화를 흘러가면서 하나씩 끊기면서 서영이라는 인물이 낙하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고 표현했다.

그런 서영의 주변엔 연인 진수(유태오), 로프공 관우(정재광)이 각각 다른 의미로 등장하게 된다. 천우희는 “서영에게 ‘진수’는 그나마 기댈 수 있었던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영이에게 엄마는 미울 때가 많지만 밀어낼 수 없는 애증의 관계다. 그렇게 힘들어할 때 숨통을 트이게 한 존재가 진수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던 중 서영과 진수 사이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서영은 하염없이 흔들린다. 그런 그에게 외부인, 즉 마치 천사가 구원해주는 듯한 줄이 내려오게 된다. 천우희는 서영이 관우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만약 로프공이 여자였다면 어땠을까?’ 감독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키스를 하지만 과연 사랑일까? 밖에서 본 로프공이 남자라서 남녀의 멜로처럼 느껴졌다면, 만약 로프공이 여성이었다면 나름의 연대가 생겼을거라 생각한다. 연인, 가족에게 상처받고, 사회생활에서 압박감을 느낄 때 관우라는 사람이 손을 잡아줬지만, 성별로 나누기보다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다. 굳이 성별로 나누기보다, 인간대 인간으로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

[인터뷰] '버티고' 천우희, “공감하면서 위로 받았으면...”

‘버티고’는 천우희 스스로에게도 지쳐있던 마음을 다시 치유하는 느낌이었다. 흥행이나 완성도를 떠나 스스로 연기적인 의욕을 찾은 것만으로도 힘이 된 작품이다. 무엇보다 영화의 완성본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단다. 그는 “나름의 레이어가 쌓여가는 게 좋았다” 며 “큰 사건이 주로 일어나기 보다는 일련의 과정, 관계들 및 감정들이 쌓여서 어떠한 행동을 하게끔 게 생각했던 것 보다 극적이었다”고 표현했다.

천우희는 2004년 개봉작 ‘신부수업’으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2014년 ‘한공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18년 ‘우상’을 찍었던 시기엔 “스스로 한계에 부딪혀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당시 고(故) 김주혁 선배의 일도 있었고 연기 외적으로도 어려운 순간이 많았다.

그는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게 뭘까?’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힘들어하는 자신을 돌이켜 봤다고 했다.

그 전에는 가장 최선의 연기, 가장 완벽한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던 천우희는 “내가 괴롭더라도 티 내지 않고 모두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행복하고 나를 먼저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삶을 대하는 자세도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천우희는 ‘’버티고‘가 위로와 위안을 주는 작품’이라는 표현을 조심스럽게 쓰고자 했다. 이 영화를 보고 힘겨워 하시는 분도 있고, 관객 개인들이 느끼는 게 다를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때, ‘떨어지지 않는다. 괜찮다’는 대사 한 줄이 큰 의미로 다가왔듯, 누군가에게 공감을 주는 작품이 되길 희망했다.

“이 영화를 보고 힘겨워 하시는 분도 있고, 관객 개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를 거라 생각한다. 공감이라는 것도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공감을 하면서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고, 또 다른 이는 공감하면서 위안을 느낄 때도 있다. 관객분들 대부분이 힘듦이나 불쾌함보다, 조금 더 공감하면서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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