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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예산안 추진 철회에서 10일 국회 본회의 처리로 급선회한 데는 전략적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비롯해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저지를 두고 한국당이 그간 고수하던 전략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다. 하지만 20대 마지막 국회 정기국회가 단 이틀 남은 탓에 본회의 처리 무산 등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현 전략을 고수할 경우 ‘이른바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과 내년 예산안까지 제1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여론의 비판도 부담해야 하는 터라 실리적 선택에 따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와 △예산안 10일 본회의 처리 △필리버스터 철회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보류 등에 뜻을 같이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 분석이다. 현 상황을 직시해 무조건 강공을 고집하기보다는 일보 후퇴하는 ‘숨 고르기’ 전략인 셈이다.
◇강공으로 시작했던 심재철=시작은 ‘강공’이었다. 심 원내대표는 9일 당내 경선에 앞선 의원총회 정견 발표에서 “공수처법과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은 악법(惡法)이다. ‘4+1 공조체제’는 한국당 패싱 폭거”라며 맹비난했다. 그의 러닝메이트이자 정책위 의장 후보로 나섰던 김재원 의원도 전날 4+1 체제를 겨냥, “세금을 도둑질하는 떼도둑 무리”라며 이에 조력한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을 고발하겠다고 벼르기도 했다. 심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인사말에서도 “여당 원내대표, 그리고 국회의장에게 찾아가 당장 예산 추진을 스톱하라”며 “4+1은 안 된다. 다시 협의하자고 요구하겠다”고 공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결론은 달랐다. 그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이인영 민주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필리버스터는 의원총회를 거쳐 철회한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10일 본회의 예산안 처리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 보류에도 합의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심 원내대표가 ‘4+1 체제에 대한 무차별 공세에 나서기보다는 일단 여야 사이 민생법안 등을 두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중을 읽은 듯 보인다”며 “현시점에서 한국당이 공세에 쓸 카드가 많지 않은 만큼 일단 합의로 시간을 벌어본다는 전략도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본회의 개의 지연될 수도=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은 합의안 도출을 위한 예산심사를 재개했다. 그러나 그동안 협의 과정에서 한국당 의견이 배제돼 있던 만큼 합의안 도출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10일 본회의 개의 시간도 다소 늦어질 수 있다. “내년 예산안은 논의는 물론 수정안 작업만 해도 오랜 시간이 소요돼 10일 본회의가 정시에 열리기는 쉽지 않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럴 경우 한국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차기 전략을 꾸리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다만 한국당 안팎에서는 심 원내대표의 강공은 10일 이후 시작될 수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를 두고 ‘전초전’을 치른 뒤 11일 임시회의부터 본격적인 투쟁 모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제·공수처 설치 등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는 물론 앞으로 있을 법무부 장관·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까지 공세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국회 관계자는 “11일 열리는 임시회의에서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해 본격적으로 여야 공방이 이어질 수 있으나 한국당은 조정안 제시 외에 딱히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없는 실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강공과 함께 협상을 동시에 이끄는 전략을 가져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당의 대(對)여 투쟁은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최고점을 찍을 수 있다”며 “한국당이 외치고 있는 ‘친문 게이트’와 맞물리게 해 청와대·여당에 대한 공격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당 강공 전환 가능성 높아=현재 한국당은 △유재수 감찰 농단 △황운하 선거 농단 △우리들병원 금융 농단 등을 ‘3대 친문게이트’로 규정하고, 관련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정조사 요구도 3대 친문 게이트를 겨냥한 대여 공세 가운데 하나다. 이들 가운데 유재수 감찰 농단, 황운하 선거 농단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사건이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진상 규명은 물론 정부 여당의 수사 압력 중단 등까지 한국당이 맹폭을 가할 수 있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어 차기 국무총리가 지명될 경우 있을 수 있는 인사청문회에서도 같은 공격이 반복되는 등 연이어 공세의 고삐를 죌 수 있다는 것이다. /안현덕기자 alwa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