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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정민의 청춘..그냥 ‘지금 괜찮다’

영화 ‘시동’서 반항아 택일 역

  • 정다훈 기자
  • 2019-12-31 16:56:12
  • 영화
‘동주’로 각종 영화제에서 신인남우상 6관왕을 석권한 후 ‘그것만이 내 세상’ ‘사바하’에 이르기까지 매 작품 캐릭터 변신을 이어온 박정민이 10대 청춘으로 돌아왔다. 박정민은 “’시동’이란 영화의 원작이 마음이 들었다”며 “‘너 하고 싶은 거 해’ 그런 메시지가 좋아서” 이번 작품을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작이 마음에 들었고, 원작의 미덕이 시나리오에 충실히 담긴 작품이다. 택일과 택일의 엄마에 대한 정서가 묵직한 드라마가 마음에 와 닿았다. 엄마랑 자주 싸워서 미안한 적이 많았는데 그 때 기억이 나서 울림을 느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그냥 ‘지금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

지난 18일 개봉한 ‘시동’(감독 최정열)은 정체불명 단발머리 주방장 거석이 형(마동석 분)을 만난 어설픈 반항아 택일(박정민 분)과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정해인 분)이 진짜 세상을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인터뷰] 박정민의 청춘..그냥 ‘지금 괜찮다’

[인터뷰] 박정민의 청춘..그냥 ‘지금 괜찮다’

배우 박정민은 매를 버는 반항아 택일로 분했다. 올초 개봉한 영화 ‘사바하’(감독 장재현)와 지난 9월 ‘타짜: 원 아이드 잭’(감독 권오광)과는 전혀 다른 결이다. 박정민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건 하고 마는 무대포 성격인 택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느꼈다고 했다. 무엇보다 박정민이라는 인간을 숨기고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어서 편했다.

그는 ”‘시동’의 택일이는 실제 박정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번에 너무 연기를 안 했다고 말할 정도이다.”고 털어놓기도.

“괜히 열심히 안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게 찍었다. 나름대로 두 쪽 다 재미가 있어요.힘들었던 ‘사바하’ 같은 작품을 하고 나면 확실히 ‘나 오늘 뭔가 했어’라는 성취감 같은 것이 들기도 하죠. 이번 영화는 이것저것 해볼 수 있어서 더욱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편이다. 제가 제일 친한 친구들이랑 있을 때 제 모습을 참고했다. 이런 류의 작품을 하면 환기 되는 기분이랄까.”

명문기숙학교로 알려진 고등학교(한일고)를 졸업한 뒤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가 자퇴 후, 영화를 하겠다는 꿈을 위해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시 들어간 박정민. ‘엄친아’로 알려져 있는 박정민은 당시 진로 문제로 부모님과 갈등을 겪었다.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박정민의 불량 청소년 연기에서도 당시의 모습이 묻어나온다고 했다.


박정민은 “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모범생처럼 반듯하게 만들어줬을 뿐, 실제 생활은 그렇게 반듯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춘기가 좀 늦게 와서 고등학교 때 부모님이랑 선생님 말씀을 진짜 안 들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면에서는 영화 속 택일보다 심했다. 택일은 그래도 엄마를 엄청 무서워하는데 전 엄마를 이겨먹으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기숙사 학교여서 가출은 없었는데 기숙사를 나간 적은 많다. 계속 나가니까 선생님들이 절 약간 포기하셨다. 제가 학교에서 제일 많이 나간 애였을 걸요. 그냥 나가면 PC방 가고 영화보고 그랬죠. 제가 공부를 잘했던 게 아니라, 막판에 발등에 불 떨어져서 공부한 케이스이다. ”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유열의 음악앨범’ 등의 작품에서 섬세한 연기로 호평받아온 정해인이 ‘시동’을 통해 박정민의 절친으로 분한다. 정해인은 “예전부터 박정민 배우의 팬이라 함께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다”고 팬심을 내보인 바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르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같은 두 캐릭터를 연기한 박정민과 정해인은 짠함과 웃음을 넘나드는 티격태격 현실 친구 케미를 선사한다.

이에 박정민은 “현장에서 아이디어와 열정이 많은 배우라 연기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애정을 전했다.

[인터뷰] 박정민의 청춘..그냥 ‘지금 괜찮다’

[인터뷰] 박정민의 청춘..그냥 ‘지금 괜찮다’

영화 속에선 ‘하다 보면 어울리는 일이 되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온다. 이 대사는 박정민에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주는 대사로 다가오게 된다. 그는 “연기가 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여전히 연기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고민할 때가 많다” 며 “‘나도 하다 보면 언젠가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지’란 용기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택일은 엄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정도의 ‘딱 한뼘’만 달라질 뿐 180도로 바뀌진 않는다. 박정민은 “이 영화가 좋았던 게 택일이 그렇게 많이 성장하지 않아서 좋았다”고 표현했다.

“택일이는 그냥 집으로 돌아간 거다. 엄마랑 마음을 좀 나눈 정도죠. 막 반항하던 애가 갑자기 모범생이 돼 열심히 공부한 후 검정고시를 볼 것 같진 않다. 영화 속 인물들 모두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데 미성숙한 서로를 통해서 아주 조금 성장하는 모습이 좋다. 특별한 이야기라기 보단, ‘너 하고 싶은 거 해. 지금 괜찮다’ 그런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택일이가 여전히 상필이랑 오토바이 타고 다니면서 또 사고치고 살지 않을까란 걱정도 살짝 있지만, 이전보다는 덜 사고를 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그래도 최소한 경찰서엔 가지 않을 것 같다.”

한편, 박정민은 차기작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태국 방콕에서 촬영 중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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