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5G) 중저가 요금제를 두고 ‘시기 상조’라 입을 모으던 이동통신업계 대오에 균열 조짐이 관측된다. 5G 알뜰폰 등장과 더불어 청소년과 어르신, 온라인 전용 등 기존보다 20~30% 저렴한 5G 상품이 속출하는데다 정부의 압박도 거세기 때문이다.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이통 업계가 끝까지 버티겠지만, 중저가 단말기가 대거 출시되는 하반기에는 가입자 유치 경쟁이 점화하며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이동통신업계(ICT)에 따르면 5G 상용화 10개월이 지나며 요금 상품이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통사 모두 최저 5G 요금제(데이터 용량 8~9GB)는 여전히 월 5만5,000원으로 변함없지만, 다양한 파생 할인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 주 내놓은 ‘5G 다이렉트’는 온라인 전용으로 기존 무제한 최저 요금제(월8만5,000원) 보다 23.5% 저렴하다. 일반 요금제도 2년 약정 시 25%를 할인받지만, 중도에 해지하면 위약금으로 모두 토해낸다. 월 6만5,000원(프로모션 적용 시 5만5,000원)으로 중저가 요금제는 아니지만, 5G 이용자 가운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선택비율이 80%가량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이용자 부담을 낮출 수 있는데다 다른 요금제로 확대 적용될 수도 있다.
청소년과 어르신 등을 겨냥한 할인 요금제도 잇따르고 있다. KT가 지난달 내놓은 20대 5G 요금제 ‘Y슈퍼플랜’은 베이직(월 8만원)과 스페셜(10만원) 두 가지 상품으로 선택약정과 가족결합 25% 할인을 함께 받을 경우 각각 월 4만원, 5만원으로 실제 납부금이 50% 떨어진다. 이에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청소년과 어르신을 대상으로 월 4만5,000원대 요금제를 내놓았다.
5G 알뜰폰의 등장도 예사롭지 않다. KB국민은행이 지난해 11월 4만4,000원짜리 5G 요금제를 선보이며 포문을 열었고, LG헬로비전은 최근 이통사 대비 28% 저렴한 월 3만9,600원에 9GB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출시했다. 다만 이통사 요금제는 25% 선택약정 할인을 받기 때문에 5만5,000원 요금제의 실제 납부액은 4만1,250원이어서 알뜰폰 요금제가 훨씬 싸다고 보기는 어렵다.
곳곳에서 5G 요금 인하 시도가 관측되지만, 이통사들이 당장 정규 요금제까지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5G 도입에 따른 마케팅과 설비투자 확대로 영업이익이 7~8% 감소한 이통사들이 올해 한 목소리로 ‘수익성 개선’을 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중저가 5G 단말기 확대가 국면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5G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 요금제를 다양화할 여지도 커진다”며 “정부가 항상 통신비 절감을 주요 과제로 꼽고 있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