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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수입 아몬드는 왜 한국의 특산품이 됐을까?[WHY]

  • 김한빛 기자
  • 2020-03-13 10:05:47
  • 기업
[영상] 수입 아몬드는 왜 한국의 특산품이 됐을까?[WHY]

요즘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기 기념품이 있습니다. ‘한국인은 모르는 한국 특산품’, 바로 ‘허니버터아몬드’입니다.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된 스포츠 행사에서 허니버터아몬드가 만수르 왕자 앞에 놓여 주목을 받기도 했죠.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아몬드를 전량 수입하는 수입국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원재료인 아몬드를 미국에서 수입해 가공한 뒤 다시 해외로 수출하는 대한민국. 수입 아몬드가 어떻게 한국 특산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걸까요?

허니버터아몬드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2014년 허니버터칩 열풍의 영향으로 탄생한 제품입니다. 당시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허니버터칩 냄새’를 파는 빈 봉지가 매물로 올라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죠. 이때 GS25에서 견과류 전문 업체인 길림양행에 아몬드에 허니버터맛을 입혀달라는 요청을 했고, 길림양행은 아몬드 겉면에 바를 버터와 꿀을 이용한 당액을 개발해 2015년 ‘허니버터아몬드’를 선보입니다. 첫 달에 2억원 어치가 팔리더니 두 달째는 10억원, 석 달째는 20억원으로 매출이 급성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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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길림양행은 아몬드를 수입해 도매로 판매하는 유통 회사였습니다. 당시 수입원은 캘리포니아 회사 한 곳이고, 납품처도 롯데제과 등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 수입 규제가 풀리고 식품 대기업이 나서 아몬드를 수입, 가공하면서 회사의 입지가 흔들립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죠. 길림양행은 미국의 견과류 소비 가운데 가공식품 비중이 40%를 차지하는 것에 주목합니다. 당시 국내에서 가공된 아몬드는 5%에 불과했거든요. 가공 아몬드 시장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 겁니다. 길림양행은 아몬드를 굽고 양념 가루를 입히는 과정을 실패를 지속하면서도 연구를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겉면에 당액을 코팅해도 아몬드끼리 서로 달라붙지 않고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는 비법을 개발해냅니다. 2014년 허니버터칩이 유행하자 그 동안 쌓은 노하우를 발휘해 허니버터아몬드를 히트시킨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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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양행은 허니버터아몬드에 안주하지 않고 이후 다양한 맛의 아몬드를 시리즈로 출시합니다. 동서양에서 인기 있는 양념을 활용한 와사비, 김, 불닭볶음, 요구르트 맛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죠.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은 캐슈넛 제품을 포함해 총 34개에 달합니다.

[영상] 수입 아몬드는 왜 한국의 특산품이 됐을까?[WHY]

마케팅 전략도 치밀하게 짰습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을 고려해 매장을 열었습니다. 명동의 노른자 땅에 위치한 허니버터아몬드앤프렌즈 플래그쉽 스토어(이하 HBAF 스토어)에는 매년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갑니다. 명동에는 약 10개의 점포가 있고, 서울역, 홍대, 신촌 등 에도 점포를 열었습니다. HBAF 스토어에서는 제품 용량(크기)에 따른 다양한 상품들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게다가 제품을 자유롭게 맛볼 수 있도록 시식대가 곳곳에 비치돼 있어 시식 후 구매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달 시식비용만 7,000만~8.000만원이 드는데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니, HBAF 스토어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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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한국 인기 기념품으로 등극한 허니버터아몬드의 강세는 특히 일본에서 두드러집니다. 일본의 한국산 넛츠 가공품 수입액은 2015년 860만원에서 지난해 9월 51억원으로 582배 커졌습니다. 현재 일본시장에 한국산 아몬드 가공품은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치솟는 인기 때문이었을까요? 허니버터아몬드는 상표권 관련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허니버터아몬드의 포장지에 표시된 의인화된 꿀벌과 버터, 아몬드 등의 그림 부분이 식별력 있는 등록 상표로 인정되었는데, 견과류 제조업체인 머거본이 허니버터아몬드의 포장지를 비슷하게 따라 한 것이죠. 분명 다른 회사의 상품인데 같아 보이는 건…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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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양행이라는 사명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중국 북동부에 있는 길림성(지린성)에서 유래한 회사가 아닌가 궁금해하는 거죠.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길림’은 제품의 주원료인 견과류가 숲을 비롯한 자연에 기초하며, 기업의 철학 역시 자연과 건강에 기반하고 있음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길림’에는 ‘길한 숲’ 또는 ‘상서로운 자연’이라는 뜻도 있다고 하네요. 그러니까 길림양행은 중국 또는 중국 동포와는 전혀 관계없는 순수 토종기업이며 중국의 길림성과도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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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림양행은 세계 최대 젤리 회사인 독일의 하리보(Haribo)를 벤치마킹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곰돌이 젤리로 유명한 하리보는 전 세계에 16개 공장을 가동하며 연 매출 2조원을 올리는 거대기업인데요. 길림양행 또한 해외에 공장을 짓고 아몬드 소비가 가장 많은 미국에 아몬드 농장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초콜릿 하면 ‘페레로로쉐’, 젤리하면 ‘하리보’가 떠오르는 것처럼 아몬드라고 하면 누구나 ‘허니버터아몬드’를 떠올리는 그 날이 언젠가 오게 되지 않을까요?
/김한빛 인턴기자 one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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