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패닉’에 빠진 3월 증시는 다양한 기록들을 갈아치우면서 투자자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 필적할 만한 변동성을 보인 탓에 투자자들은 역대급의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했다. 증시전문가들은 4월에도 코로나19 확진자 흐름에 따라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 1,500선 붕괴=지난 1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4% 하락한 1,457.64를 기록했다. 2009년 7월17일(1,440.10) 이후 약 10년 8개월 만의 최저치이면서 동시에 종가 기준 역대 최대 하락폭(133.56포인트)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폭락하자 유가증권시장에서는 하루 89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면서 시총 1,000조원이 붕괴됐다. 코스닥지수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56.79포인트(11.71%) 폭락한 428.35로 마감했다. 2001년 9월12일 기록했던 하락률 11.59%를 경신한 역대 최대 하락률 기록이었다.
◇사이드카 11번, 서킷브레이커 4번=13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나란히 매매거래 중단 조처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시장에서의 서킷브레이커는 2016년 2월 이후 4년여 만이며 유가증권시장에서는 2001년 9·11테러 이후 19년여 만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는 나란히 프로그램 호가 효력 중지를 의미하는 ‘사이드카’도 함께 발동됐다. 이후 서킷브레이커는 19일 각 시장에서 한 차례씩 더 발동됐으며 사이드카는 3월에만 총 11번이 발동됐다.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는 19일 장 중 한때 71.75까지 치솟았다. 2008년 11월24일(74.08) 이후 최고치였다.
◇‘동학개미운동’ 발발…한 달간 11조원 순매수=외국인투자가들은 3월 12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외국인들의 ‘투매’를 고스란히 받은 것은 개인투자자들이었다. 3월 한 달에만 11조1,000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개인들은 국내 증시의 추가 하락을 온몸으로 막아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는 개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강력한 반등을 보였던 24일 10.47% 오르면서 2009년 1월28일(10.52%)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개인들의 적극적인 매수 공세에 27일 하루 거래대금은 27조6,97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4월 증시 변동성은 덜하겠지만=4월 증시는 변동성이 다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여전히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의 상·하단을 1,3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로 넓게 펼쳐놓았다.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변동성이 언제든 극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450포인트 수준까지 하락한 것은 경기침체 공포에 대한 과대반응이었다”며 “극단적인 반응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3월 증시가 당분간 투자자에게 트라우마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