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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7차례나 열린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국 측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사의 “조만간 최종타결 기대” 발표 이틀 뒤 클라크 쿠퍼 미 국무부 정치·군사 담당 차관보가 “한미 방위비 협상은 결코 끝나지 않았으며 상호 이익이고 공정한 합의가 돼야 한다”는 반박 발표를 했다. 이어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 외교부 장관과 미국 국무장관의 전화통화 합의 실패 등을 고려하면 언제 타결될 것인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우리 정부가 이러한 난항에서 벗어나려면 유념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서를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협상카드의 특성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방위비와 주한미군 철수 비(非) 연계, 주한미군 내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제의 등이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9년도 방위비 분담금 9,602억원을 2020년도에 무려 5배나 되는 6조1,000억원(약 50억달러)으로 대폭 증액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 지원에는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쓰면서 국가 안보비용인 주한미군 주둔비용에 대해서는 유독 인색함을 보이는 데 대한 정서적인 불만의 표출로 방위비 대폭 증액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연계시키지 않는 것은 미국이 국제 정치의 냉정한 현실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위비 분담금과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해 철수 여부를 논하면 춤을 출 당사자는 북한과 한국 좌파정권임을 미국은 잘 알고 있다.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무급휴직을 하겠다는 제안은 원래 노동자들에게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잘 구사하는 문재인 정부가 자기 나라를 지키려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동일한 정책을 잘 구사해보라는 계산이 있다.
둘째, 우리 정부가 현재의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속히 방위비 협상을 타결하려면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을 크게 깎지 말고 조속한 타결에만 목표를 둬야만 한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대한민국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다. 비싸다 싸다 하고 미국과 흥정할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국내적으로 포퓰리즘 차원에서 펑펑 쓰고 있는 엄청난 돈의 액수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돈들은 그렇게 잘 쓰면서 유독 자국의 국민들 생명과 자산들을 보호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에는 왜 그렇게 인색한가”라는 질문에 한국 정부는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단 타결부터 하고 한국은 무역 등 다른 분야에서 미국과 협조하면서 실익을 챙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말 미국이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깎으려고 한다면 다음 두 가지 정서적인 태도 변화를 보이며 미국을 감동시켜야 한다. 우선 정부가 “미국은 한국의 진정한 ‘보은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인식을 미국에 전달하면서 그러한 인식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만 한다. 미국은 미국을 배신하고 적성국에 호의를 보이는 현 한국 정부의 정서에 섭섭한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것이 협상의 장해물이 되고 있다. 현 정부는 미국에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인 지원금을 향후 차단할 것이라는 약속을 해야만 한다. 자기 국민과 재산을 지켜주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아끼면서 부메랑 돼 되돌아오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침묵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의혹과 불만이 협상 타결에 장애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