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의 기업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 중 95% 이상이 중소기업·자영업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지방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돈맥경화’가 심각해지면서 이들과 밀접한 저축은행들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저축은행들도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금융사의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업무에 대한 면책 적용이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규모는 37조2,589억원에 달했다. 이 중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35조6,570억원으로, 95.7%에 달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기업 10곳 중 9곳 이상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라는 얘기다.
전체 기업대출 증가도 중기 대출이 주도했다. 지난해 전체 기업대출은 전년보다 3조1,800억원 늘었는데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2조9,344억원 증가했다. 대출 수요 증가로 지방 중소 저축은행까지 중기 대출 영업을 강화한 영향이다. 강원도에 위치한 A 저축은행의 경우 2018년 57억원이던 중기 대출이 지난해 29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경북에서 영업 중인 B저축은행의 지난해 중기 대출도 282억원으로, 전년보다 13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지역 중기와 자영업자들의 대출 수요는 꾸준하다”며 “대형사를 비롯해 지방 저축은행까지 지역 기반의 서민금융 입지를 굳히기 위해 지역 밀착 영업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중기와 자영업자의 돈줄이 마르면서 저축은행의 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책금융 지원이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에 집중돼 아직까지는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뛰고 있지는 않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중기들이 한계 상황에 몰린다면 저축은행들이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소 저축은행 관계자는 “기존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 코로나 지원책은 대형사나 지주계열은 가능하겠지만 지방 중소·영세 저축은행들은 경영난을 감수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전 금융사에 대해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며 숨통을 틔워주기는 했지만 코로나19와 관련된 대출 면책제도를 코로나19 이후에도 적용해줘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당국은 내년 6월 말까지 예대율 기준 10%포인트 이내 위반은 제재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주기로 했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지원책인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등에 따른 부실은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적어도 1~2년 이후 대출 부실이 늘고 건전성이 악화됐을 때도 정상참작될지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