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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표준시계 '자격루' 때 빼고 광냈네

세종때 제작된 국보 제229호
1년7개월만에 보존처리 완료

조선 표준시계 '자격루' 때 빼고 광냈네
국보 제 229호 창경궁 자격루의 보존처리 전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지난 2006년 지금의 1만원 신권이 나오기 직전까지 발행된 1만원 지폐의 앞면에는 세종대왕의 곁에 자격루가 놓여 있었다. 조선시대 국가 표준시계인 물시계로, 삼국시대부터 쓰이던 것이지만 세종 16(1434)년 장영실의 주도로 시간을 알리며 종·징·북이 저절로 울리는 자격루를 발명했기에 세종대왕의 업적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당시의 자격루는 소실됐고 지금은 중종 31(1536)년에 다시 제작한 자격루의 일부만 창경궁 보루각에 남아 전해진다. 청동재질인 탓에 세월이 남긴 부식과 손상도 극심했다.

그 자격루가 1년 7개월간의 보존 처리 끝에 때 빼고 광을 냈다. 덕분에 제작자 12명 중 글자 마모로 그간 보이지 않던 4명의 신원이 확인되는 성과도 거뒀다.

조선 표준시계 '자격루' 때 빼고 광냈네
보존처리를 끝낸 자격루의 수수호(왼쪽) 2점과 파수호 3점.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지난 2018년 6월 시작한 국보 제229호 창경궁 자격루의 보존처리를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현존하는 자격루는 물을 보내는 청동항아리인 파수호(播水壺) 3점, 물을 받는 청동 원통형 항아리인 수수호(受水壺) 2점만 남아있다. 일제강점기에 덕수궁 광명문 안으로 옮겨 전시되면서 흙먼지 제거와 기름칠 등 경미한 보존처리를 받은 적 있지만 청동 표면의 부식과 손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보존처리에 착수한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3차원(3D) 입체 실측을 통해 자격루의 상태를 정밀 조사해 표면의 오염물을 제거하고 재질 강화처리로 마무리 했다. 그 과정에서 그간 정확한 관찰이 어려웠던 왼쪽 수수호 상단에 새겨진 글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제조 당시 주조 돋을새김(양각)한 명문에는 자격루 제작자 12명의 직책과 이름이 세로로 새겨져 있는데, 그간 마모로 확인되지 않던 이공장, 안현, 김수성, 채무적의 이름이 드러났다. ‘조선왕조실록’ ‘국조인물고’ ‘문과방목’ 등의 사료에 천문 전문가인 이들에 관한 기록이 전한다.

제일 큰 파수호 표면에 자격루 제작시기가 적힌 것도 그간 부식으로 검게 보였으나 은입사로 새겨진 본래의 은백색을 되찾았다. 수수호 표면 용 문양의 특징과 제작기법도 새롭게 파악됐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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