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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과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까지 겹악재와 맞닥뜨린 정유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석유 비축시설 대여료 인하 등 추가 대책을 내놨다. 또 1조3,000억원 규모의 세금 납부 기한을 3개월 늦춰주는 방안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비롯해 조경목 SK에너지 대표,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대표, 류열 S-OIL 대표 등 업계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성 장관과 정유 4사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정유업계는 당분간 경영난이 불가피해 정부의 추가 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 19로 급감한 글로벌 석유 수요에 더해 지난 20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하면서 사상 최초로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겹쳤다. 사실상 ‘비정상’ 상황인 국제유가 탓에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자재 비용을 뺀 정제마진은 최근 5주 연속 역시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정유 4사의 올해 1·4분기 손실 규모는 3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로) 항공기 운항이 끊기면서 항공유 재고 문제도 심각하다”며 “시간이 지나 변색되기 시작한 항공유는 팔 수도 없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간담회 직후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경영 상황이 최근 10년 중 최대 위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벼랑 끝’에 내몰린 정유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날 정유사가 팔지 못해 모아둔 비축유를 석유공사의 비축시설을 대여해 임시로 저장할 경우 대여료를 한시로 인하해주고, 석유관리원 품질검사 수수료는 최대 3개월 가량 납부 유예를 추가 시행하기로 했다. 대규모 석유저장시설의 개방검사를 유예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최근 리터(ℓ) 당 16원을 징수하는 준조세인 석유 수입·판매 부과금의 납부를 3개월 유예하고, 비축유 구매 규모를 종전 대비 1.7배 늘린 64만배럴로 늘린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성 장관은 이날 “가능한 지원 수단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세청은 정유업계의 요청에 따라 이날 정유업계의 4월분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개별소비세의 납부 기한을 오는 7월까지 3개월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1ℓ당 529원)와 경유(1ℓ당 375원)에, 개별소비세는 등유(1ℓ당 63원)·중유(1ℓ당 17원)·LPG(1㎏당 275원) 등에 부과된다. 이에 따라 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5개 정유사는 1조3,745억원 규모의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조양준·조지원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