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어려울 때 빛을 발하는 불황의 재테크, ‘부동산 경매’ 다들 들어봤지? 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경매로 재미를 본 사람이 많았다고 하는데 요즘 경매 시장이 그렇대.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경매 건수가 매년 상승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더 많은 물건이 쏟아져서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측된대. 비강남권에서는 목동, 노원, 길음 등 알짜지역 물건들이 9억, 4억, 7억 대에 줄을 서 있어. 강남 아파트가 반값에 나온 경우도 있대. 귀가 솔깃한 가격이긴 한데… 부동산 경매, 대체 어떻게 시작하면 되는 걸까?
[영상]집값 하락에 쏟아지는 급매물, 혹시 지금이 부동산 경매할 때? (feat.못난이 과일로 재테크 해볼까) /유튜브 ‘서울경제썸’ |
■시세보다 저렴·정부 규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경매
과정은 다소 어렵고 복잡하지만 부동산 경매의 장점은 많아. 먼저 부동산 경매는 시세보다 집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감정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크고, 주인을 못 찾으면 다음 입찰의 최저가가 직전 입찰에 비해 20~30%까지 내려가. 물론 부동산이 계속 하락장일 때는 경매로 나온 물건을 사더라도 법적 절차를 다 거치는 중에 시세가 떨어질 수 있으니깐 입찰 전에 시세조사를 꼼꼼히 해야 하겠지.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꼽을 수 있어. 대표적으로 부동산 경매는 실거래 등록 의무가 없어서 별도의 자금조달계획 증빙을 낼 필요가 없지. 정부의 서슬 퍼런 눈길이 부담스러웠던 수요자들이라면 경매 시장으로 눈길을 돌릴만한 거야. 최근엔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젊은 실수요자들도 경매에 눈을 돌리고 있어. 청약 당첨 가점이 거의 70점대에 육박하면서 당첨이 거의 불가능해진 젊은 층이 ‘도매·떨이’로 불리는 법원 경매를 대안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거지.
최근 경매시장 분위기는 어떠냐고?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다 보니 강남의 고가 아파트들의 유찰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대. 강남권 대장주로 꼽히는 반포주공 1단지는 현재 매매 시세가 45억원 수준인데 두 번 유찰되면서 26억원에 나올 예정이래. 평창동 엘리시아는 19억원이던 최저입찰가격이 12억원 대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팔리지 않아서 오는 5월엔 무려 9억대에 나온다고 하고. 나오는 족족 무섭게 낙찰됐던 예전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이긴 해.
■스스로 ‘권리분석’ 통해 근저당권·유치권 등 인수할 것 꼼꼼히 봐야
그렇다면 경매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그렇진 않아. 아무래도 ‘경매’라는 시장이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중개인 없이 모든 걸 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거든. 일반 매매의 경우에는 매수인과 매도인이 중개업소를 통해 거래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여가 없지만 경매는 ‘권리분석’이라는 걸 스스로 해야 해. 권리분석은 쉽게 말해 경매로 넘겨진 부동산에 설정된 여러 권리에 대해 낙찰자가 인수해야 하는 것과 인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가려내는 과정이야. 근저당권과 유치권 등 인수해야 할 권리가 늘어나면 추가적인 비용이 들 뿐 아니라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어서 꼭 관련 법률을 따져보고 전반적인 부동산 지식이 전제되어야 하거든.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이 순순히 집을 비워주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해. 중간에 소송이라도 걸리면 골치 아파질 수 있지.
만약 ‘경매’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첫걸음은 일단 실거주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부터 따져봐야 해. 이용 목적에 따라 드는 추가 되는 비용이 달라지거든. 그리고 평소 법원이나 캠코에서 제공하는 물건들을 관심 있게 바라보다 원하는 물건이 나왔으면 국토부 사이트에서 실거래가 등을 확인하고 이 지역의 전세와 월세 가격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해. 직접 현장을 가서 주소에 맞게 집이 위치해 있는지, 집의 얼굴인 등기부등본, 등기사항전부증명서, 건축물 대장 등도 떼어서 불법 여부는 없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수적이야.
■경매 초보자·고수들이 찾는 물건들은 뭘까?
경매 초보자라면 권리분석이 쉬운 물건부터 시작하는 게 좋아. 복잡한 경매구조가 아니라 작은 수익을 내는 것부터 고르란 소리야. 쉬운 경매로는 대표적으로 ‘꼬마 아파트’를 꼽는데 일반적으로 꼬마 아파트는 전용면적 60㎡(약 18평) 이하인 소형 아파트보다도 더 작은, 전용면적 50㎡(약 15평) 이하의 아파트를 말해. 보통 방 두 개 이하의 구조를 갖춘 초소형 아파트지. 이런 꼬마 아파트의 경우 기존 집주인의 보증금과 이사비용이 크지 않고 권리분석에서 실수해서 인수할 권리가 늘어나더라도 큰 돈이 묶이지 않아. 인기가 많다 보니 경기 침체 시 다시 급매로 내놓아도 수요가 많아서 처분하기도 쉬워.
초보가 아닌 고수들은 법률적인 문제가 좀 복잡한 물건들에 관심을 갖는 편이야. 권리관계가 깨끗한 물건은 너도나도 사려고 하니 싸게 낙찰 받기 어렵기 때문이지. 뭔가 복잡한 법률관계가 있는데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 같은 물건들, 예를 들어 개발이 불가능해 보이는 땅이나 주위 통행으로 쓰고 있는 길 등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 시설 투자가 많이 됐다가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도 고수들의 주요 투자처야. 오래 방치됐거나 시설 대금을 못 줘 중간에 어그러진 경우 경매로 나오면 투입 비용보다 싸게 매입이 가능하거든. 이 밖에 인기 없어 보이는 단독주택이라도 주변이 개발될 소지가 있는 지역에 단독주택 부지를 사서 허물고 새로 건물을 짓는 경우도 있어.
강남 아파트는 고가의 개념을 잘 잡아야 하는데, 아무리 유찰이 많이 되고 싸게 나왔다고 해도 실제로 낙찰되는 금액이 급매 수준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차이인지 확인해야 해. 경매로 사면 아파트 내부를 못 보는 경우가 많은데 구축아파트의 경우 하자가 많아 추가 비용이 더 들 수도 있거든. 명도비, 내부 인테리어비, 체납 관리비, 컨설팅비 등 부가적인 비용이 얼마인지도 알아야 해. 강남 아파트에 대한 경매 인기가 높아 가격이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급매 수준을 넘어서서 경매로 살 필요가 없게 될 수도 있으니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던 집값이 최근 꺾이면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됐다고? 정답이라는 건 없지만, 싸다는 이유만으로 덜컥 사면 후회할 가능성 높다는 거.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근차근 준비하며 기회를 노려보자고. /정수현기자·김현지 차현진 인턴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