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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산업은행 내에 설치하기 위한 산은법 개정안이 정부 발표 하루 만에 발의됐다. 특히 정부가 지원의 대가로 기업 지분을 일부 취득한다고 밝히자 재계에서는 ‘기업 경영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는데, 개정안에 ‘출자로 취득한 기업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2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산은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동수 정무위 민주당 간사 등 민주당 의원 13명이 참여했다. 정부 입법의 경우 규제심사를 거쳐야 하는 등 오랜 시간이 걸려 의원입법 방식을 택한 것으로, 사실상 정부 안으로 평가된다.
주목할 부분은 산안기금이 출자를 하는 기업에 지분을 일부 취득할 수 있지만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한 점이다. 개정안은 “출자로 취득한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또 “출자하는 경우 관계법령의 한도를 초과해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기금으로 출자한 기간산업 기업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공기업에 적용되는 공운법을 산안기금의 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다만 기업의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자금지원을 할 때 산은 내 설치되는 ‘산안기금 운용 심의위’에서 필요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부과할 수 있는 조건으로 △심의위에서 정하는 수준의 고용을 유지하고 △경영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며 △경영개선 노력을 다할 것 △기금 부담으로 지원되는 자금을 배당, 자사주 취득, 일정 소득이 넘는 임직원에 대한 보수 인상 및 계열사 지원 등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 △그 밖에 심의위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을 적시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당정이 출자로 취득한 지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원 조건으로 ‘경영 개선 노력을 다할 것’, ‘그 밖에 심의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 추상적인 문구를 넣어 경영에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들 문구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 대상은 △항공운송업 △일반 목적용 기계 제조업 △전기업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 △선박 및 보트 건조업 △해상운송업 △전기통신업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으로 했다. 정유업은 개정안에는 빠졌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종’도 지원할 수 있게 해 추후 국무회의 의결 등으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개정안은 “기금은 기간산업 기업 등에 대해 자금의 대출, 자산의 매수, 채무의 보증, 출자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며 “산은이 기금으로 기업에 자금지원을 할 때에는 고용유지, 경영성과의 공유, 자금지원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 제한 등 필요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기금의 관리 운용에 관한 정책, 자금지원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산은에 ‘기간산업안정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했다. 아울러 “산은 및 임직원이 고의·중과실이 없이 기금에 따른 업무를 적극적으로 처리한 경우, 관계법령에 따른 징계·문책 등을 하지 않는 등 그 책임을 면제한다”며 면책 조항도 담았다. 개정안은 “재원을 조성한 날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운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부칙에 적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