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당시의 ‘금모으기운동’을 모방하려는 정부의 억지 기부 캠페인은 국민을 기부자와 비(非)기부자로 나눠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기부운동에 100만명 이상이 참여할 경우 ‘정부 정책에 대한 지지’라면서 정치적으로 활용할 개연성이 있다. 기부자가 많지 않을 경우 ‘잘사는 사람이 부도덕하다’는 식의 낙인을 찍어 계층 간 대립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정세균 총리가 20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원 부족을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70% 가구에만 지원하겠다고 해놓고 이틀 만에 이를 뒤집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소득 하위 70% 가구에만 지원금을 주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굳이 모든 국민에게 주려 한다면 지원금 규모를 4인 가구당 70만~80만원으로 줄이되 정부 지출을 감축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현행법에도 없는 기부 개념까지 동원해 깜깜이 방식으로 나라 살림을 꾸리는 것은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또 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을 검토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