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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인 텐센트가 지난 8월 18일 500억 위안(약 9조원)을 투입해 ‘공동부유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공동부유를 위해 중국내 소외된 의료, 농촌, 교육 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텐센트 측은 “사회에서 얻은 것은 사회에 반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는 전날인 17일 중국 공산당이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공동부유’ 선언을 내놓은데 대해 호응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당시 중앙재경위 회의에서 “공동부유는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로서 중국식 현대화의 중요한 특징”이라며 “인민이 중심이 되는 발전사상을 견지해 높은 질적 발전 가운데 공동부유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했다. 이 발언 이후 텐센트를 비롯해 알리바바, 핀둬둬, 징둥 등 기업들의 ‘억지춘향식’ 기부 행렬이 이어졌다.
공동부유가 뭐길래 중국 기업들이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 것일까. 공동부유(共同富裕)는 말 그대로 ‘함께 잘 살자’는 뜻이다. 영어로는 ‘Common Prosperity’로 번역된다. 공동체나 국가, 사회가 공동부유 하자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뻔한 예상 때문이다. 공동부유 선언이 기업들을 얽매는 올가미로 작동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의심 때문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마르크스주의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이 내세우는 공동부유는 고도 성장과 분배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성장 부문은 문제될 것이 없다. 지금까지 해 온 대로 경제발전을 통해 국가의 ‘파이’를 키우겠다는 차원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계속되는 것은 분배다. 마르크스주의연구원에 따르면 ‘공동부유’를 위해 중국 정부는 향후 분배개혁을 단행하고 인민소득의 1차, 2차, 3차 분배를 촉진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세부적으로 1차 분배는 ‘시장이 요소의 기여도에 근거해 직접 생산분야 내부에서 진행하는 분배’를 말한다. 즉 시장 참가자가 노력 만큼 수익을 가져가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논리다. 또 2차 분배는 ‘정부가 사회관리자의 자격으로 조세와 재정이전 지출 등의 방식을 통해 전 사회적으로 진행하는 분배’다. 정부가 개입해 취약계층의 복지를 늘리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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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3차 분배다. 연구원의 지적에 따르면 3차 분배는 ‘도덕, 문화, 관습 등 영향 아래 사회역량이 자발적으로 민간기부, 자선사업, 봉사활동 등 방식을통해 약자를 구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기업들이 나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베이징사무소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만난 천즈강 마르크스주의연구원 연구원은 “공산당은 이런 목표에 대해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3차 분배는 시장경제 사회에서도 당연한 취지다. 정말 문제는 공산당이 주도하는 중국 사회에서 이러한 3차 분배 개념이 ‘시장 경제에서 기업과 자본이 독점적 이익만 챙기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는 과격한 인식을 근거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내외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3차 분배 방식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반독점 논리와 맞물릴 경우 향후 ‘홍색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시진핑의 공동부유 선언에 대해 기업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중국 정부의 기업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 강요는 중국기업 뿐만 아니라 한국 등 외국계 기업에도 해당된다.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 사회공헌 활동을 적지 않게 해왔지만 앞으로는 더 신경써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제재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동부유 개념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영국 BBC는 “이른바 톱다운 방식의 유토피아로 서구식에 대한 대안적인 모델을 희망하는 듯하다”며 “주의할 것은 결국 공산당이 더 많은 통제력과 권력을 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공동부유로 가는 길은 쓰라린 불만과 치열한 분쟁으로 가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내에서의 반발도 없지는 않다. SCMP에 따르면 장웨이잉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경제 50인 논단(CE50)’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시장의 힘에 대한 신뢰를 잃고 정부 개입에 자주 의존하면 공동빈곤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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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라는 말은 중국에서는 보다 특별한 취지로 사용된다. 중국 공산당은 역대로 이 표현을 통해 중국인들의 기대감을 유지하며 공산당 일당의 장기집권을 합리화하는 동시에 개별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사용해왔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공동부유’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마오쩌둥이다. 그는 1955년 ‘농업 합작화 문제에 관하여’라는 글에서 “(농업)합작화를 실현하고…(중략)…전체 농촌인민이 공동부유 해지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7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7기 6중전회)에서 발표를 통해서도 “공농연맹을 공고히 하려면 반드시 농민을 이끌고 사회주의 길을 가고 농민들이 공동부유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오쩌둥은 주로 농민에 대해 ‘공동부유’를 언급했다. 이는 당시 중국 경제가 농민의 대다수인 농업경제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가 아는 것처럼 마오의 공동부유론은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문혁)으로 이어졌다. 마오쩌둥의 공동부유론은 철저한 집단주의 계획경제 아래서 국부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실제 농민들의 자발성을 끌어내지 못했다.
마오쩌둥에 이어 중국의 권력자가 된 덩샤오핑도 ‘공동부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공동부유의 취지를 마오와는 반대로 ‘선부론(先富論)’에서 찾았다.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노력해 부자가 되라는 취지다.
덩샤오핑의 대표적인 언급은 “먼저 부유해진 사람이 뒷 사람을 이끌며 최후로 공동부유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사회주의의 본질은 생산력을 해방, 발전시키는 것이며 착취와 양극화를 제거함으로써 최종적으로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것이다”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논리로 경제의 ‘개혁개방’을 진행했다.
덩샤오핑은 자신의 ‘공동부유 시간표’도 제시했다. 중국 사회와 경제의 낙후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이를 발전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 아래서다. 문혁을 겪은 후 절망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인 사회주의 실현에 대한 약속을 믿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중간 단계로 넣은 것이 ‘샤오캉(小康) 사회’다. 덩샤오핑은 “샤오캉 사회를 실현한 이후에 공동부유 문제를 중점적으로 해결한다”를 개념을 만들어냈다.
덩샤오핑 이후 권력을 차지한 장쩌민과 후진타오도 마찬가지다. 장쩌민의 경우 덩샤오핑의 언급에 덧붙여 “전면적인 샤오캉사회를 토대로 공동부유를 실현한다”를 주장했다. 장쩌민 시대에 중국 경제는 10% 이상의 성장률로 급속히 발전하는데 덩달아 부패와 빈부격차도 커졌다. 장쩌민을 이은 후진타오의 구호는 “사회주의 공정보장 시스템을 구축하고 공동부유를 촉진한다”는 것으로 발전했다.
지난 2012년 시진핑이 최고 권력을 장악한 후에 지금까지 ‘공동부유론’은 최종판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은 2017년 10월 제19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기자발표회에서 “샤오캉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략)…전 인민의 공동부유를 부단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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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시대로부터 내려온 핵심 구호였던 이른바 ‘샤오캉 사회’ 실현은 올해 마무리됐다. 시진핑은 지난 7월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중국 전체에서 ‘절대빈곤’이 사라졌다면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가 실현됐다”고 공식 선언됐다. 샤오캉 사회에 대한 개념 정의에는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어쨌든 중국정부가 “실현됐다”고 확인한 것이다.
샤오캉 사회 다음은 공동부유 실현이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지난 8월 17일 중앙재경위 회의에서 공동부유 추진을 공식화했다.
‘함께 잘 살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 정권의 대의명분이었다. 이는 현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방법이다. 중국 공산당의 ‘공동부유’ 추진 주장에 “그럼 어떻게”라는 언급이 나오는 이유다. 공동부유를 위해서는 생산과 분배 2개의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먼저 생산에서 중국 정부는 ‘쌍순환(국제·국내 대순환)’이나 ‘창신(혁신)’ 등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분배 문제는 더 복잡하다. 중국의 분배 사정이 다른 비슷한 경제수준의 국가보다 훨씬 나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는 공산당 통치체제를 위협할 정도다. 즉 중국 정부는 가진 자의 것을 뺏어 나눠 주는 방식으로라도 분배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의 첫번째 조치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빅테크·사교육 등 기업 및 사회 규제로 나타났다. 두번째는 공동부유 과정에서 기업들의 기부와 봉사를 늘리도록 유도 및 강요하는 방식이다. 빅테크 규제에 놀랐던 기업들이 대규모로 기부에 나선 이유다.
물론 기업만 ‘때려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중국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소유의 집중과 가격 앙등이다. 치솟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젊은이들이 ‘출산파업’으로 저항하는 것이 최근 저출산의 근본 이유다. 중국에는 부동산의 보유세와 상속세가 거의 없다. 부동산 소유자들이 아무런 부담없이 소유를 늘릴 수 있는 이유다. 부유세와 상속세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이는 중국 공산당이 지금도 견지하는 ‘토지국유제’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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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는 최신호에서 지난 8월 17일 중앙재경위에서의 시진핑 연설문 일부를 추가 공개했다. 당시의 신화통신 요지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던 내용이다. 시진핑은 재경위 연설에서 “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기간 말까지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에 굳건한 걸음을 내디디고 주민 간 소득 및 실제 소비수준의 차이를 점차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2035년까지는 실질적 진전을 이뤄 기본 공공서비스의 균등화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1세기 중반에는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기본적으로 실현하는 한편, 주민 간 소득과 실제 소비 수준의 차이를 합리적 구간 내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시진핑의 ‘공동부유 시간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공동부유 달성을 위해 공산당이 최소 40년 더 집권하겠으니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